레이서의 필독서 ‘카레이싱 최후의 비밀’
미국차의 흥망성쇠를 쉽게 풀어낸 ‘엔진의 시대’
운전의 정석, ‘스포츠카 앤 컴피티션 드라이빙’
자동차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은 무수히 많다. 각종 기계 용어와 삽화로 가득한 이론서부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그렇다고 방대한 지혜의 숲에서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자동차 마니아들이 실제로 즐겨 읽는 책은 무엇일까? 그들이 수불석권(手不釋卷)하며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스포츠카 앤 컴피티션 드라이빙
원제: Sports Car and Competition Driving / 저자: 폴 프레르(Paul Frere)
르망 24시간 경주 우승자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였던 故 폴 프레르(1917년~2008년)가 1997년 국내에 왔을 때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지금의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폴 프레르가 모는 기아 엘란에 함께 탔는데 그때 그의 운전 실력에 반했다. 폴 프레르가 돌아가고 나서 그의 운전 비법을 습득하기 위해 그가 쓴 책 ‘스포츠카 앤 컴피티션 드라이빙’을 읽었다. 폴 프레르는 1963년 은퇴하고 나서 본인이 경험한 모든 운전 노하우를 이 책으로 집대성했다. 1992년 현대적인 차에 맞게 업데이트한 개정판이 나왔고 이 책을 통해 그의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운전의 이론적 근간 등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카레이싱 최후의 비밀
원제: Ultimate Speed Secrets / 저자: 로스 벤틀리(Ross Bentley)
정신적이고 체력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내용이 특징이다. 가톨릭상지대학교 자동차모터스포츠과 손성욱 겸임교수와 경기과학기술대학 자동차과 이동훈 전 겸임교수가 번역을 맡아 지난해 1월 국내에 출간했다. 레이스에 출전할 때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의 도움으로 심리적인 준비운동을 할 수 있었고 실제 경기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원서 ‘Ultimate Speed Secrets’는 외국에서 모터스포츠 학도들에게 교본으로 쓰일 정도로 크게 인정받는 책이다. 양우람(아마추어 레이서 겸 테스트 드라이버)
작은 차 예찬
저자: 박규철
‘작은 차 예찬’은 국내 1세대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규철의 미학 에세이다. 60세를 넘긴 칼럼니스트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자동차 역사와 문화 자료 등을 통해 우리가 작은 차를 타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자동차의 본질과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총 4부로 구성됐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14편의 작은 차 시승기가 백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지배했던 체면 문화에 조용히 한 방을 먹이는 ‘작은 차 예찬’, 작은 차가 주는 소박함과 절제미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선관(자동차 매거진 ‘모터 트렌드’ 에디터)
엔진의 시대
원제: Engines of Change / 저자: 폴 인그래시아(Paul Ingrassia)
부제가 ‘15대의 자동차로 보는 현대 문명의 비밀’이다. 말 그대로 15대의 자동차로 가늠해보는 미국 자동차 회사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한다. GM 경영 위기에 대한 심층 르포로 1993년 조지프 화이트와 함께 퓰리처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폴 인그래시아가 집필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술술 잘 읽힌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인데도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글자 하나하나에 한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한 특유의 세밀한 단서들이 살아 숨 쉰다. 또한 작가 스스로가 취재 내용을 완벽히 소화해서 책 위에 쏟아 냈음을 드러난다. 총 544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양이지만 폴이 발로 뛰며 수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미국 자동차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유용하다. 김미한(프리랜서 피처 에디터)
GOLF GENERATION
저자: 김형준, 정석현
제목만 보면 폭스바겐 골프(Golf)의 세대별 변천사를 설명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골프가 아니다. 이 책엔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자동차의 기준과 기본적인 자동차 상식, 비평, 자동차 잡지 기자로 겪었던 다양한 경험 등이 담겨있다. 저자에게 골프는 그저 좋은 자동차의 기준이다.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나에게 맞는 차는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일단 읽기 쉬워 좋다.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소화할 수 있다. 최소한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있다면 더욱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두현(한국일보 모클팀 기자)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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