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소비심리를 겨울특수에 기대 풀어보려던 내수시장이 따뜻한 겨울에 역공을 맞았다. 올 겨울 계속되는 포근한 날씨에 전국 지자체가 겨울축제를 줄줄이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고, 스키ㆍ눈썰매장과 방한복 업계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추워야 제 맛인 겨울축제는 연기 또 연기
따뜻한 겨울로 지역축제가 가장 큰 된서리를 맞은 곳은 국내 ‘겨울축제 1번지’인 강원지역이다.
화천군은 6일 국내 대표 겨울이벤트인 산천어축제를 당초 7일에서 14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제설기로 눈을 뿌리고 화천천 보조여수로를 통해 유량을 조절했지만 이상기온 악재를 넘어서지 못한 채 동장군이 찾아오기만 바라고 있다. 김준동(39) 화천군청 주무관은 “관광객 안전을 위해 얼음낚시가 열리는 화천천의 얼음두께가 최소 20㎝ 넘어야 하지만, 이제 13㎝에 불과해 부득이하게 축제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산천어축제가 결빙 문제로 연기되기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지난 2년간 축제를 열지 못한 인제군 빙어축제와 홍천군 홍천강꽁꽁축제는 요즘 하늘이 야속하다. 3년 만에 부활을 노린 인제 빙어축제는 빙어호 얼음이 4∼5㎝ 안팎에 불과해 14일에서 21일로 개막을 연기했다. 홍천강 꽁꽁축제도 지난달 30일에서 13일로 이미 두 차례 개막일을 연기했지만, 개막이 확실하다는 보장조차 없다. 인제군은 끝까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빙어 맨손잡기 체험 등 육상행사 중심으로 축제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경기 포천동장군축제는 당초 지난달 23일 축제개막을 연기해 지난달 31일 막을 올렸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얼음송어낚시 등의 프로그램은 생략한 채 인공 눈을 이용한 눈썰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스키장과 눈썰매장은 여기저기 울상
국내 스키장들은 따뜻한 날씨로 인공눈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해 슬로프 전면 개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6일 평창 용평리조트는 전체 21개 슬로프 가운데 8개가 개장하지 못했다. 재작년 겨울에는 개장 이후 40㎝ 이상의 폭설이 두 번이나 내려 12월에 전체 슬로프를 개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10일 개장예정이던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내 눈썰매장은 지난달 31일에야 문을 열었지만 인공눈과 얼음이 만들어지지 않아 눈썰매 대신 경사로에 매트를 타고 내려오는 매트썰매로 대신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 얼음골에서 13~15일 열릴 예정인 2017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대회조직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회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이라이트인 스피드경기를 치러야 할 빙벽에는 고드름만 몇 개 보일 뿐이다.
겨울용품 매출은 뚝뚝
지난 해 한파로 특수를 누린 겨울용품 업계는 올 겨울 떨어지는 매출에 당황함이 역력하다.
6일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한 달 간 발열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고, 여성패딩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빠졌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보다 여성 내의 매출이 9.7%, 장갑이 5.8% 줄었다.
아웃도어 업계도 매출 신장세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 아웃도어업체 관계자는 “이 달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매출 신장세가 둔화됐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대표 겨울상품인 핫팩 등의 매출도 주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달 1~5일간 핫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줄었다. 따뜻한 물을 부어 바로 즐길 수 있는 커피 등 원컵 제품과 스타킹보다 두꺼운 타이즈도 각각 12.7%, 9.1% 매출이 감소했다. 날씨가 추울 때 잘 팔리던 모나카 아이스크림도 따뜻한 날씨로 인해 매출이 11% 떨어졌다.
지난해 10~12월 내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올랐던 한 속옷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착용감이 좋은 얇은 내의 매출이 좀 늘었지만 양면 내의(면이 두 겹으로 된 도톰한 내의) 매출이 줄었다”며 “매출 증대는 설 연휴 대목에나 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춘천=박은성 기자 esp@hankookilbo.com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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