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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허허벌판 아파트

입력
2017.01.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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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이지만, 달랑 아파트만 있다. 상가 건물들은 이제 막 짓는 중이고 길도 덜 닦였다. 단지 내에 GS슈퍼마켓도 들어오고 굽네치킨도 들어온다더니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그러다보니 나도 바깥 커피가 그렇게나 그립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뚜레주르 빵집이 문을 열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났다. 빵집 사장은 쉼 없이 빵을 구웠지만 길게 줄을 선 아파트 입주자들로 순식간에 동이 났다. 입주민들이 만든 커뮤니티 카페에는 질문글이 계속 올라왔다. “6단지 사시는 분들, 죄송한데 창밖 좀 내다봐주실래요? 아직 뚜레주르 줄 긴가요?” 나도 지나가던 길에 빵집을 들여다보았지만 진열대에 빵은 단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요일과 일요일 밤이 되면 이런 글도 카페에 올라온다. “3단지 분들, 주희네 곱창 왔나요?” 주희네 곱창은 푸드트럭이다. 3단지에 사는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주희네 곱창 푸드트럭에서 파는 곱창볶음이 맛있어서인지 그냥 푸드트럭이 그뿐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주민 중 주희네 곱창을 안 먹어본 사람은 나뿐인 듯하다. 나도 이번 일요일에는 꼭 먹어봐야지. 어제는 재한스 버거라는 푸드트럭이 처음 왔다. 오후 5시에 장사 준비를 하기 시작한 재한스 버거는 여섯 시가 되자 햄버거를 다 팔고 장사를 접어야 했다. 딱 한 시간 동안 준비한 햄버거 100개를 다 팔아치운 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기로 했다는데 아마 다음 번엔 적어도 300개의 햄버거는 가지고 오겠지. 향긋한 커피집 한 곳 빨리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우유거품 잔뜩 올린 라떼는 집에서는 도무지 먹을 수 없으니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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