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해 둔 사이 얌체 운전자가 슬쩍 긁고 지나간 흔적부터, 자전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메고 있던 가방 등이 스쳐 생긴 상처까지.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미끈한 새 차가 아니어도 나름 신경 써서 관리하는 자동차에 나도 모르는 새 크고 작은 흠집이 난 걸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면?
눈에 거슬리고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사고도 자기 과실도 아닌데 큰돈 들여 고치자니 속이 쓰리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것이 흠집제거제, 일명 ‘컴파운드’다.
웬만한 마트의 자동차용품 코너에 가면 다양한 컴파운드가 구비돼 있다. 제품에 프린트 된 설명과 사진만 보면 모든 흠집을 감쪽같이 다 지울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어떤 제품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 고가의 수입 제품은 그만한 값어치를 할까.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직접 풀어보기 위해 시중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컴파운드를 직접 써서 비교해봤다.
비교실험에 사용한 제품은 가장 저렴한 일신 콤파운드, 가장 많이 알려진 불스원 퍼스트클래스 3스텝 컴파운드 미니 키트, 중간 가격대의 클라우스 기스제거제와 카렉스 2스텝 컴파운드, 가장 고가인 소낙스 스크래치리무버 등 5종이다. 대형마트의 지점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은 국내 차량용품 전문 브랜드인 ‘불스원’ 제품으로, 모든 마트의 판매가가 동일하다. 유명한 독일 브랜드 ‘소낙스’ 제품 역시 여러 곳에서 팔지만 가격은 마트마다 다르다.
◆비교실험에 사용한 컴파운드 5종
컴파운드 비교 테스트를 위해 동원한, 흠집 난 자동차의 색상은 쉐보레의 ‘미스틱 바이올렛’. 흰 색인 하도도장(프라이머)이 드러난 상태로, 가장 바깥 면의 투명도장(클리어코트)은 물론 기본도장(컬러베이스코트)까지 긁혀나간 상태다.
컴파운드의 원리는 흠집 주변 도장을 갈아내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파인 부분과 주변의 차이를 완화시켜 주는 셈. 도장이 긁혀나간 것을 완벽히 복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도장면을 갈아내는 작업이다 보니, 멀쩡한 도장면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킹 테이프로 최소한의 구역만 정해놓고 작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작업할 부분을 깔끔하게 닦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5개의 제품을 테스트 하기 위해 흠집을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다섯 범위로 나눴다. 카렉스 2스텝은 제품 안에 포함된 스펀지를 사용했으며, 나머지 네 제품은 극세사타월에 묻혀 작업했다.
먼저 가장 고가인 소낙스 스크래치리무버를 테스트했다. 극세사타월에 소량을 묻혀 흠집 난 부분에 살살 문지르자 눈에 띄게 흰 부분이 흐려졌다.
카렉스 2스텝 컴파운드는 굵은 흠집용과 잔흠집용 두 가지가 같이 있다. 고체 타입이지만 문지를수록 액화된다. 액화되면서 표면이 어둡게 보여 흠집이 완전히 없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흠집이 다시 눈에 띈다. 하지만 전보다 흠집의 정도가 줄어있는 것은 확실하다.
불스원 퍼스트클래스 3스텝 컴파운드 중 1스텝-굵은흠집제거용은 다른 제품에 비해 유독 변화가 없었다. 클라우스 기스제거제는 액체 타입으로, 바로 흠집이 흐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액화됐던 카렉스 2스텝 컴파운드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자 다시 흠집이 드러났다. 가장 저렴한 일신 컴파운드 제품은 다른 고가의 제품들과 큰 차이 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영역을 나누기 위해 사용한 마스킹 테이프를 다 제거하고, 카렉스 2스텝 콤파운드로 전체 흠집 제거 작업을 다시 했다. 마무리로 불스원 3스텝 콤파운드에 들어있던 광택복원용 제품도 발라줬다.
흠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같은 카메라로 같은 장소와 조도에서 촬영했는데, 컴파운드 작업을 한 뒤 촬영할 땐 카메라가 흠집을 찾아 초점을 잡는 시간이 더 걸렸다. 흠집을 굳이 찾아서 확인하는 게 아니라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앞 범퍼에 하도도장까지 긁혀나간 부분에도 컴파운드로 문질러 보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
컴파운드는 다른 차의 도장이 묻었거나, 투명도장이 벗겨진 정도에서 시도하기에 적당하다. 기본도장이 긁힌 경우에는 완화시키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다. 기본도장과 하도도장이 벗겨진 경우는 전문업체를 찾기를 권한다. 자칫 무리한 시도로 멀쩡한 도장면까지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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