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에이미 지음
장호현 옮김ㆍ에이도스 발행
280쪽ㆍ1만5,000원
노르웨이 베르겐자연사박물관의 발살렌. “(머리부터)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등뼈가 끝날 때까지 셌다. 총 57보였다. 동물이라기보다 차라리 내러티브라고 해야겠다.” 발살렌이란, 이런 거대한 고래 뼈들이 가득한 고래홀이다.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면 여러분도 바다의 거대한 포유류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바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바다의 호의에 힘입어 그토록 크게 자란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됩니다.” 안내자의 말이다. 자연에 대한 우아한 얘긴 여기까지.
긴수염고래 등뼈 끝부분이 좀 남달랐다. 이유를 물었다. “기계에 기름칠하고 거리와 응접실에서 불을 밝히고 비누와 마가린 제조에 사용되었던” 바로 그 기름이 “죽은 지 한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묘사 대신 이런 서술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오로라, 달, 줄노랑얼룩가지나방 등으로 시선을 옮긴다. 만물의 척도라는 인간, 그 휴먼 스케일에서 벗어나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그 기록들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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