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받아낸 김희범 前 차관
“리스트에 반감 인사들” 진술
특검 “김기춘ㆍ조윤선 연루 확인
朴대통령 개입 여부 수사 중”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에게 가해진 부당한 인사 조치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 배제를 목적으로 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때문이라는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확인됐다.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이에 비협조적이거나 반대하는 관료들을 솎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이 과정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등 수사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5일 “(문체부) 인사조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 보니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이 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10월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집중 조사해 왔다. 김 전 차관은 당시 6명 대상자 중 3명으로부터 실제 사표를 받아냈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김 전 차관을 소환해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 인사 조치 경위를 조사한 결과 ‘대상자들이 블랙리스트에 반감을 드러낸 인사들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청와대 개입 단서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이 대변인은 “여러 관련자 진술과 확보한 증거 자료를 통해 김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이 연루됐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해 왔다. 이와 함께 송수근 전 문체부 1차관 등 관련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면서 ‘김 전 실장이 조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을 통해 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문체부에 내려 보내 관리했다’는 골격을 상당부분 완성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거나, 보고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증거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런 정황이 있는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 이후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전시가 무산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이 무산된 이면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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