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대 나와도 다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7과11(편의점) 알바맨’. 6일 공개될 보컬그룹 브로맨스의 신곡 ‘삼 년째 백수’ 가사다. 네 청년은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 없이 부모에 기대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캥거루족’의 삶을 리듬앤블루스(R&B) 스타일로 노래한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꾸 또 까이네’라며 ‘남들은 다 먹고 싶어 한다는 집 밥, 나는 맨날 먹어 엄마 땜에 눈칫밥’이라고 툴툴대는 노랫말에 자연스럽게 실소가 터진다.
노래엔 멤버들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작사에 참여한 이찬동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일라이트홀에서 연 새 앨범 ‘로맨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나도 백수라 할 수 있는 연습생 시절이 있어 가사를 쓸 수 있었다”며 웃었다. 다른 멤버인 현규는 이 노래를 새 앨범에서 가장 정이 가는 곡으로 꼽았다. 현규는 “노래를 부를 때 연습생 시절 모습이 영화처럼 떠올랐다”며 “정말 몰입하면서 불렀다”고 말했다.
보컬그룹은 주로 감미로운 사랑 노래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캥거루족’ 등 현실감 넘치는 얘기를 노래하게 된 건 팀의 음악적 방향을 “소탈함을 노래하는 20대”로 잡았기 때문이다. 브로맨스를 기획한 연예기획사 RBW의 김도훈 대표는 “요즘엔 ‘스왜그’(swag·허세)를 보여주는 힙합 가수들이 많다”며 “그들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이 ‘마치 내가 겪은 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브로맨스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브로맨스는 지난해 7월 ‘여자 사람 친구’란 노래로 데뷔했지만, 새 앨범 발매 관련 쇼케이스를 열기는 처음이다.
새 앨범 타이틀곡은 네 청년의 화음을 뽐낼 수 있는 발라드 곡 ‘아임 파인’으로 택했다. 이날 행사에서 브로맨스가 직접 부른 ‘아임 파인’은 후렴구에서 네 멤버가 “아임 파인”이라며 각기 다른 화음을 쌓아 감정을 고조시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임 파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며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노래다. 이찬동은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 곡을 들으면 부모님이 생각나더라”며 “‘잘 있어?’라고 안부를 물으면 아파도 ‘괜찮아’라고 한 내 얘기 같다”고 의미를 뒀다.
아이돌 댄스 그룹과 힙합 음악이 득세하고 있는 가요계에서 보컬그룹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브로맨스의 목표는 “브라운아이드소울처럼 진정성 있는 노래를 하는 것”이다. 팀의 리더인 박장현은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인 정엽에게 데뷔 전 노래를 배우기도 했다. 이현석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교에 가 깜짝 공연을 했는데, 그때 대학생들이 우릴 ‘화음자판기’라고 해 줘 정말 뿌듯했다”며 “앞으로 많은 분들께 좋은 화음을 들려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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