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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혁명]드론이 ‘스마트카 길잡이’…수㎞ 앞 교통상황까지 한눈에

입력
2017.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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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업용 드론 시장 주도

세계 첫 유인드론 선보이기도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정부가 수요 창출 이끌어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선보인 스마트 커넥티드카 RX5 내부에서 드론을 조종하며 주변 교통 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제공.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선보인 스마트 커넥티드카 RX5 내부에서 드론을 조종하며 주변 교통 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제공.

“‘로위(Roewe) RX5’는 세계 최초로 무인비행장치(드론)와 결합한 인터넷 자동차다. 드론이 차량 위에서 따라가며 실시간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차량 내부의 화면으로 전송해줘 운전자는 수㎞ 앞의 교통상황까지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중국 최대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차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10억위안(약 1,730억원)을 들인 공동 연구 끝에 지난해 7월 공개한 사물인터넷(IoT) 기능의 커넥티드카(스마트카) ‘로위 RX5’에 대한 설명이다. 중국 업체 AEE사의 드론은 ‘로위 RX5’ 차량 위를 떠다니면서 주변 교통상황을 차량으로 실시간 보내준다. 알리바바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 ‘윈(Yun)’로 차량과 연동된 드론은 음성 명령으로도 조종할 수 있다. ‘로위 RX5’의 판매량은 이미 9만대도 돌파했다. 알리바바는 “RX5는 알리바바 스마트 제품의 시작일 뿐”이라며 “윈OS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 다양한 제품과 연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됐던 드론이 산업과 민간 분야로 쓰임새가 확산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항공우주무기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틸그룹에 따르면 세계 무인기 민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108억달러로 성장한다. 군사용 드론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상업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선두에는 중국 드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DJI’가 있다. 2006년 중국 선전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DJI는 드론 제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자체 특허로 보유할 정도의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세계 일반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 안팎을 장악하고 있다. DJI의 드론은 ‘중국 제품이 세계 표준’이 된 첫 번째 모델로도 평가된다. 매출도 2011년 420만 달러에서 2015년 10억 달러로 폭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중국 업체 이항은 세계 최초로 유인 드론(이항 184)을 개발했다. 최대 100㎏ 무게를 싣고 23분 정도 비행이 가능, 일반인 1명이 탑승할 수 있다. 300~500m 고도에서 142마력 모터로 시속 100㎞로 비행한다. 탑승자는 드론에 설치된 조종 패드에서 비행 목적지 등을 설정한 뒤 복잡한 조종 기술 없이 이륙과 착륙 두 명령만 내리면 된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이항 184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도 이항이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조한 것”이라며 “비행 테스트가 모두 끝나고 시장 출시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드론을 이용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영국에서 처음으로 드론 배송 허가를 받아 드론을 이용해 고객이 주문한 팝콘 등을 13분 만에 집 앞마당으로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아마존의 드론 배송은 무게가 5파운드(약 2.3㎏)를 넘지 않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

유럽 최대의 물류업체인 DHL은 지난해 3월 아마존 보다 실용적인 방법으로 드론 배송 시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DHL은 오스트리아와 맞닿은 독일 최남단 라이트 임 빈클 지역의 택배 무인창구(스카이포트)에 드론(파켓콥터 3.0)을 이용해 물건을 배송했다.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자동 이·착륙이 가능한 ‘파켓콥터 3.0’은 최대 8㎏의 물건을 싣고 출발, 8분만에 배송을 마쳤다. 직육면체 컨테이너처럼 생긴 스카이포트는 드론이 다가오면 이를 감지해 지붕이 자동으로 열리고, 물품이 제대로 내려지면 다시 닫힌다. 드론은 스카이포트에 있을 수도 있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사전에 받은 물건 고유번호(코드)를 스카이포트에 입력하면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반대로 물건을 배송하려면 발송용지를 박스에 붙여 코드를 입력하면 스카이포트에 있는 드론이 물류센터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자동화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해발 600m 알프스 산맥 고지대에 위치한 유명 스키관광지인 이곳으로 배송된 물건은 3개월간 130건이다. 전문가들은 “DHL이 독일 전역에 보유한 고객과의 접점인 무인창구 2,750개를 잘 활용했다”며 “아마존 보다 DHL 방식이 기술 및 비용 측면에서 더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 드론인 'CJ스카이도어'가 화물 자동 하강장치로 택배상자를 내려놓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드론인 'CJ스카이도어'가 화물 자동 하강장치로 택배상자를 내려놓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드론 시장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민간 드론 시장은 1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해 건설, 측량, 인명구조 등의 분야에서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강원 영월 시범사업 공역 내에서 최대 3㎏ 화물 적재가 가능한 드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물류 배송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드론 시장은 더 커져야 한다. 수요가 없어 시장이 작다 보니 관련 기업이 클 수 없고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일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과장은 “우리나라에 자체 개발 역량과 산업용 생산 규모를 갖춘 드론 기업은 40여개 밖에 없다”며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먼저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기술 개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인항공기분야에서 세계 7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엔진 항법 통신 등 핵심 기술 분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정밀한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사이에서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동진 한서대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민간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비행시간은 대부분 20~30분 정도에 불과하다”며 “비행시간을 늘리고 엔진을 소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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