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세 가지 시나리오 제시
천문학적 부채 규모 ‘태풍의 눈’
서비스업 기반 내수 동력삼아
성공적 신경제 전환 땐 성장 계속
“앞으로 빚 계속 늘리긴 힘들어”
그림자금융 급격한 확산 우려
장기불황ㆍ금융위기 가능성도
중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거나 심지어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초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경착륙 우려는 상당히 줄었지만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는 여전히 ‘태풍의 눈’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예상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전했다. 첫째는 중국이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서비스업에 기반한 내수를 성장엔진으로 삼는 신경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다. 그간 제조업과 부동산투자, 원자재산업 등을 기반으로 초고속성장을 구가해왔지만 설비 과잉과 부채 급증, 부동산시장 과열 등의 부작용도 상당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부터 공급측 구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중속성장 시대로의 진입 과정에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제프리 토슨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 등의 일부 서비스업 분야에서 사실상 무제한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한 만큼 중국 경제는 충분히 낙관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제13차 5개년 경제ㆍ사회 발전계획(13ㆍ5 규획)을 제시하면서 서비스업 확대와 내수 진작을 핵심 추진전략의 하나로 삼은 데 대한 긍정평가다. FT는 신경제 산업의 부상으로 중국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반면 두번째와 세번째 시나리오는 각각 장기불황과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그간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온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도 빚을 계속 늘려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중앙은행이 통화를 아무리 늘려도 기업들이 장부를 손보는 데 집중한다면 1992년 일본이 거품 붕괴로 직면하게 된 20년 장기침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 신탁회사나 자산관리회사 등 비은행권을 경유해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 채권으로 고수익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급격한 확산이 결국 심각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 세 가지 시나리오는 특히 공통적으로 중국의 부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지난해 3월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육박해 100% 안팎인 한국ㆍ미국ㆍ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높고, 2007년 말 71.5%였음을 감안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가 장기예측 추세를 벗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갭이 중국은 BIS 기준의 3배가 넘는 30.1%를 기록해 43개 조사대상국 중 1위였다. GDP 대비 총부채 역시 미국이 2010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데 반해 중국은 2010년 186%에서 지난해 254%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신경제로의 성공적 전환을 예상한 첫번째 시나리오는 한계기업 정리를 포함한 공급측 구조개혁을 통해 부채를 관리가능한 상태로 묶어두는 것을 전제한 것이고, 장기 저성장이나 금융위기 도래 우려를 담은 나머지 두 가지 시나리오는 부채 관리에 실패했을 경우의 후과를 예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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