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금서였던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비판적인 주석을 첨가한 책 ‘나의 투쟁 비판본(Hitler, Mein Kampf-Eine kritische Edition)’이 독일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뮌헨 현대사연구소(IfZ)가 지난해 1월 ‘나의 투쟁’원본에 주석 3,700개를 달아 발간한 2,000페이지 분량(총 2권)의 이 책은 현재까지 모두 8만5,000부가량이 판매됐다. 안드레아스 비르싱 IfZ소장은 “1쇄로 4,000부를 찍었으나 이달 말에 6쇄에 들어갈 계획이다”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히틀러가 집권하기 8년 전인 1925년 출간된 ‘나의 투쟁’은 나치정책의 근간을 이룬 유대인 증오 등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히틀러의 선전 자료나 다름없다. 나치 당원의 필독서였던 이 책은 독일에서 1945년까지 1,200만 부 가까이 판매됐다.
일각에선 비판적인 주석이 달린 책이지만 히틀러의 저서가 새삼 현재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난민 문제로 유럽 전역에서 극우 보수주의가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인종주의와 민족주의가 주목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출판사측은 “히틀러의 사상을 알리거나 신나치 세력에 새로운 선전 근거를 제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비르싱 소장은 이와 관련한 성명에서 “우익의 슬로건이 득세하는 시점에서 히틀러의 세계관을 살펴봄으로써 전체주의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보려는 의도로 낸 책이다”라며 “책 구매자 대부분은 단지 정치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나 교육자들이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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