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영원무역 의류 공동기획
11번가는 여성 패션 브랜드 선봬
티몬 배변모래, 반려용품 판매 1위
식품, 자동차, 캐시미어 의류, 반려동물용품….
그 동안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했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쇼핑몰들이 이제 차별화된 상품 경쟁에 ‘올인’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체브랜드(PB) 제품을 통해서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잇따라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계에 부딪힌 온라인쇼핑몰들이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었다는 평가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제조사와 공동기획한 자체 상품 10여개를 선보였다. 홍삼, 벌꿀, 간편 떡볶이, 바나나주스, 자동차, 아웃도어 의류 등 품목도 다양해지고, 비중도 커지고 있다. 제조사와 직접 상품기획 단계부터 협업해 선보이는 이 제품들은 최근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다른 곳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희소성과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다. ‘단독’ 상품이란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중간 유통 과정을 줄여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게 장점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단독상품 개발 경쟁은 더 치열해져 자동차까지 등장했다. 옥션은 지난해 9월 오픈마켓 최초로 한국GM과 제휴를 맺고 쉐보레의 신차 ‘더 뉴 아베오’ 10대를 한정판매했다. 자동차는 1분 만에 완판됐고, 자동차 온라인 쇼핑 시대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왔다. 옥션 관계자는 “온라인몰에서 거래하기 쉽지 않았던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판매한 선례를 만들었다”며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해 상품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온라인몰의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아예 온라인 판매용 신제품까지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브랜드 ‘타키’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온라인업체들은 위험부담이 큰 별도 브랜드를 만들기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춰 다양한 제조사와 공동기획상품을 개발해 단독으로 출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1번가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공동기획한 패션 PB브랜드 ‘레어하이’를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오픈마켓에서 캐시미어 소재로 만든 여성 의류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7만9,900원에 출시한 캐시미어 니트 제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600장이 팔렸고, 1,200장을 준비한 다른 종류의 니트 제품도 두 달 여 만에 모두 팔렸다. 송승선 SK플래닛 리테일본부장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울,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로 만든 의류 시장은 최근 2년간 4배나 성장하고 있어 ‘레어하이’를 출시하게 됐다”며 “유통단계를 줄여 제조ㆍ유통일괄형(SPA) 브랜드보다도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티몬도 지난해 9월 농심과 함께 기획한 간편식을 선보였다. 진짜 짜장, 진짜 미트볼, 진짜 사골곰탕 등 ‘진짜’ 시리즈를 만들어 독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 4만 개 이상 판매됐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던 고양이 배변용 모래 ‘모찌네모래’도 티몬의 자체상품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티몬의 반려용품 분야에서 매출 1위에 오른 효자상품이었다. 김선민 티몬 프러덕트 본부장은 “자체 PB상품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PB상품 개발 전담팀을 두고 지속적으로 자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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