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촛불도 꺼진다” 발언에 반발
학생 ㆍ 학부모 잇단 거부… 학교 20~30곳 달해
"김진태 국회의원 상을 졸업식장에서 받아야 하나, 아니면 일단 받고 나서 찢어버려야 하나"
올해 강원 춘천지역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A 군은 졸업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데다 성적도 우수한 A 군은 졸업식에서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상을 받게 됐다. A 군이 국회의원상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직접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고민하자 부모가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는 아들의 뜻을 대신 전달했다.
학교 측은 '최고의 상을 왜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의 부모는 "국정 농단 사태로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마당에 김 의원의 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졸업식 날 김 의원의 상을 받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탄핵 정국에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을 김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회의원 상을 잇달아 거부하고 나섰다. 졸업식 때 대표적인 상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상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춘천의 B 중학교는 최근 졸업식장에서 김 의원의 상을 주지 않았다. 국회의원 표창은 일선 학교가 신청하면 다 받을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김 의원의 상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식 때 상의 의미가 크지만 '올해는 아니다'라고 선생님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냈다"면서 "요즘은 초등학생도 현 시국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마당에 그런 상을 주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춘천의 C 초등학교 학부모회도 올해 졸업식에서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해 학교 측에 통보했다. 국회의원 표창 신청 여부는 학교가 결정한다.
이밖에 다른 초중고교도 졸업식 때 학생이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는 돌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춘천에서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기로 한 학교는 20∼3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안 통과 반대 발언을 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불면 꺼진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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