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운전자가 교통사망사고를 내고 시신을 유기한 것도 모자라 허위 진술까지 했지만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이 남성과 합의한 유족의 선처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4일 뺑소니 교통사망사고를 내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5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4년)보다 가벼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오후 8시 20분쯤 충남 태안군 한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이 마을 주민 B(78ㆍ여)씨를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하지만 A씨는 신고를 하기는커녕 B씨의 시신을 차에 싣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10㎞ 정도 떨어진 공사장 쓰레기더미에 버린 뒤 고무통으로 덮어 유기했다.
경찰은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오간 것을 확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A씨는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고라니를 쳤다’고 거짓말까지 하다가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은 A씨는 “중학교 때 연탄가스에 중독돼 그 후유증으로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하다.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유기한 것은 단지 겁이 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은폐할 시도가 있었다고 보인다. 피해자를 유기하고 자신의 동거녀 주점으로 가 술을 마신 것을 볼 때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야간에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에게도 교통사고 발생의 과실이 있는 점, 유족에게 일정한 보상을 하고 합의해 유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