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해 말 작성한 ‘개헌 보고서’가 조기 대선레이스를 앞두고 계파 갈등에 불을 질렀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 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긴 데 따른 것이다. 비문 진영은 민주연구원이 문 전 대표를 편파 지원하며 당을 사당(私黨)으로 전락시켰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진화에 나섰지만, 당은 종일 시끄러웠다.
3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민주연구원은 “개헌을 고리로 비문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연대하는 제3지대가 야당 대선 승리에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전에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비문 진영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보고서는 문 전 대표가 주장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두둔하기도 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연말에 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각 대선 주자 캠프에 전달됐다.
문 전 대표는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 현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각 주자들에게 골고루 배포됐다고 하니 특정인을 위한 보고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권 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의 공식기구가 특정 후보 편향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문 진영 초선 의원 20명도 추미애 대표에게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추 대표는 “보고서는 당 지도부 지시로 쓴 게 아니라, 연구원 개인 의견을 담은 것”이라고 해명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윤주기자 kkang@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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