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세론’ 당 안팎서 십자포화
연초 야권통합 강조 발언에 반발
국민의당 “패권주의와 연대 없다”
제3지대 “시대정신에 어긋나”
김종인도 “당 와해 몰고 간 사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본격화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정치권이 나서 정초 야권통합 발언부터 개헌, 계파 패권주의, 안보관 등을 고리로 문 전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는 양상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가 연말연시 호남을 방문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통합을 강조한 것에 대해 국민의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개혁보수신당(가칭)도 3일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인 비박계와 손을 잡는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의 염원을 배반하는 선택”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 전 대표의 주장대로 대선에 앞서 야권통합이 성사될 경우,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으로선 직격탄을 맞게 된다. 비박근혜ㆍ비문재인 세력을 제외한 여야 세력들이 제3지대에서 한 데 모여 정권을 잡는 구상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주호영 보수신당 원내대표는 정강정책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는 예전에도 친노ㆍ비노로 국민을 가르더니 지금도 친문ㆍ비문으로 당내 패권에 집착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또다시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국민통합과 지역갈등 해소에 앞장서도 부족할 판에 그런 말씀은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도 친문 패권주의로 규정하고 “마치 야당 버전의 친박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밝힌 국민의당도 “문재인 패권주의와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연일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선 호남 민심이 대선에 앞서 정권교체를 위해 문 전 대표와 민주당으로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와 전남 여수에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텃밭 사수에 나섰다.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가) 과거처럼 통합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하고 나서 개헌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안희정 충남 지사는 이날 손 전 대표를 향해 이합집산을 거듭해서는 안 된다며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손 전 대표 비판에 합류했다. 개헌을 주장하는 민주당 내 비문진영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개헌 논의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전날 공개된 월간 신동아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당도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사람 아니냐. 2016년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당을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선거를 치를 때는 지금과 달리 국민이 실생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국민은 안정감을 주는 지도자를 기대하는데, 반 전 총장이 거론된 것도 그런 연장선인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가 전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다면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문 전 대표가 그 동안 보여준 대북관, 언행과 정반대라서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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