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혁명] 자율주행택시 실험 아이치현 르포
자동차대국인 일본도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지원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시험주행에 돌입했다. 특히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고령자 이동권 확보 문제와 결합해 자율주행차 시험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나고야(名古屋)시의 위성도시격인 인구 31만명의 아이치(愛知)현 가스가이(春日井)시다. 시청 뉴타운소생과 안도 야스히로(安藤康裕ㆍ48) 과장보좌는 “40년전 가스가이 발전의 상징이던 고죠지뉴타운이 쇠퇴해 고령자들만 남았지만 언덕과 비탈길이 많아 고령자들의 이동이 어렵다”며 “이곳에 자동운전 차량이 생긴다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아이치현이 실시하는 자동운전택시 주행실험지로 신청해 선택됐다”고 말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지역을 되살리고 인구유출을 막는 자구책으로 자율주행차량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지난 10월 5,6일 자동운전택시 주행실험에 참여했던 고령자복지관 요시카와 준(吉川淳ㆍ55) 이사는 “2명씩 택시에 타고 쇼핑센터까지 운행했는데 운전석에 요원이 앉아있었지만 교통법상 핸들에 손만 댄채 실제론 천장에 붙은 GPS(위치정보시스템) 레이더로 차량 스스로 움직였다”며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로 차간거리를 자동조절하고 가는게 신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는 느낌이 너무 달라 다소 불안했고 자동운전이 현실화하긴 시간이 많이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아키타(秋田)현 센보쿠(仙北)시에서도 운전자는 물론 핸들도 없는 로봇셔틀 자율주행버스가 현지 주민을 태우고 실험이 진행됐다. 시속 10km의 속도로 통행이 금지된 일반도로 400m를 왕복주행했다. 센보쿠시는 규제완화로 지역활성화를 꾀하는 ‘지방창생(創生)특구’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돼 노선버스 유지가 어려워진 지역이다. 농업과 관광업이 주업이고 1970년대 4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2014년 기준 2만7,000여명까지 줄었다. 이곳 역시 자율주행버스가 지역주민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감에 들떠있다. 일본은 이처럼 자율주행 시대를 통해 고령자 이동성 확보, 지방도시 대중교통 대체, 소도시 재건, 쇼핑약자 지원 등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은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운전석이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게 목표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올해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반동안 수도고속도로 등 300km구간에서 대규모 실증실험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세계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고,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의 운전자 부족과 치매운전 등 갖가지 사회문제의 해결까지 노리고 있다.
아이치현 가스가이시=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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