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과학교사들이 꽃가루 같은 미시(微視) 세계의 신비로움을 가득 담은 사진전을 열었다.
3일 오후 4시 충북 청주시립도서관 문화사랑방에서 개막한 사진전 ‘비밀의 화원’은 충북도내 과학교사 동아리인 ‘샘나’가 마련한 특별 전시회다.
제목에 맞춘 듯 이 전시회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꽃과 꽃가루의 매력을 담은 72개 작품이 출품됐다.
제주도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 다른 식물의 잎에 가려지기 전 이른 봄에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너도바람꽃’, 잔디 사이에 숨어있는 ‘벼룩아재비’, 기생하지만 숙주보다 더 자라는 ‘참나무겨우살이’ 등 작고 앙증맞은 다양한 식물이 앵글에 담겼다.
이들 작품의 상당수는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 관람객을 놀라운 미시세계로 안내한다.
샘나 소속 교사들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카메라를 둘러 메고 방방곡곡의 산과 들판으로 다양한 식물을 찾아 다녔다. 거기서 독특한 꽃과 꽃가루, 열매를 마주하면 형태학적 시각에서 특징을 세밀하게 관찰한 뒤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샘나가 결성된 것은 충북교육과학연구원에 전자현미경이 들어온 지난 2000년.
최첨단 전자현미경 도입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과학교사들은 미시세계의 신비로움을 함께 연구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동아리 이름은 전자현미경의 약자인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과 선생님의 시쳇말인 ‘쌤’등을 버무려 ‘샘나’라고 지었다.
현재 도내 초ㆍ중등 과학교사 48명이 가입해 활동중인 샘나는 식물은 물론 동물의 털, 눈, 피부 조직 등 갖가지 미시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또한 지식나눔 차원에서 탐구 내용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 이번 같은 특별한 사진전시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샘나 회장 최종석(목도고) 교사는 “관찰과 기록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과 학생들이 생명의 아름다운 떨림을 느끼며 식물의 생존전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일까지 이어진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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