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우유와 유제품, 멸치와 뱅어포 등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한국인의 칼슘 섭취량은 부족하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영양섭취 기준에 따른 칼슘 섭취 비율은 68.7%로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 나트륨은 276.7%로 기준의 2.7배나 섭취한다.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 못지않게 나트륨 과잉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럴까?
콩팥의 사구체라는 곳에서 혈액을 걸러 오줌을 만든다. 그런데 사구체에서 걸러진 첫 오줌에는 아미노산과 나트륨, 칼륨, 칼슘 등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 성분들은 첫 오줌이 세뇨관을 통과하면서 혈관 속으로 다시 흡수된다. 필요한 영양 성분이 오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짜게 먹으면 혈액 속 나트륨 양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증가한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오줌 속 나트륨 양도 증가한다. 그러면 세뇨관에서 무기질을 재흡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미 충분한 나트륨은 재흡수하지 말고, 칼륨이나 칼슘 등만 골라 재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몸은 그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다. 첫 오줌 속의 나트륨이 많이 재흡수되고, 꼭 필요한 칼슘은 재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 칼슘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그뿐 아니다. 뼈를 콘크리트에 비유하면 칼슘은 시멘트와 비슷하다. 그런데 뼈 속 칼슘이 빠져나가 구멍이 숭숭 생기면 골다공증이 생긴다.
짜게 먹어 혈액 속 나트륨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 빈자리에 나트륨이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주인(칼슘) 없는 집에 손님(나트륨)이 들어가서 주인 행세를 하는 꼴이다. 붉은오목눈이 등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뼈 속 칼슘이 빠져 나간 자리는 원래 비어 있다. 그래서 골다공증 치료 약물을 투여하거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그 빈자리에 칼슘이 들어가서 채우게 돼 있다. 그런데 뼈 속에서 칼슘이 빠져나간 자리에 나트륨이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아무리 섭취해도 칼슘이 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트륨이 칼슘처럼 뼈를 단단하게 해주지도 못한다. 칼슘을 많이 먹어도 골다공증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진다.
골다공증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7만3130명이던 골다공증 환자는 지난해 82만1754명으로 6.3% 증가했다. 인구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골다공증 환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짜게 먹으면서 칼슘을 섭취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물 붓기 못지않게 구멍을 막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 싱겁게 먹기는 건강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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