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가의 재테크 한 수]<14>2017금융시장전망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
2017년은 전환기가 될 것이다. 좁게는 정부의 정책 수단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경제 현상 측면에서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심한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이 화두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각국이 각박해진 각자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모습들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유럽 난민 이슈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헤게모니의 관점에서는 다극화 체제가 더 강화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또 다른 한 축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런 전환의 시기에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경제적 현상은 리플레이션이다. 새해 나타날 리플레이션 현상은 무엇보다 재정확대 정책에 기인할 것이다. 인도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서는 이미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었지만, 사실 최근 몇 년간 선진국들은 재정적 여력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을 꾀하면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효용성이 떨어진 가운데, 재정지출 여력은 조금이나마 확보된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정확대 공약은 분위기 전환을 이끄는데 성공했고, 결국 그를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재정정책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트럼프의 공약을 실천할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무기이자, 글로벌 차원에서 리플레이션 기대를 이끌고 있는 거대 함의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전개될 리플레이션 환경에서 성공 투자를 이끌 투자처는 어디일까? 일단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자산은 주식이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으로 이르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그 기저에 경기회복을 품고 있다. 주식 중에서도 미국 주식은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리플레이션 전망 자체가 미국의 정책 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 예상 외의 트럼프 당선 직후, 한달 동안 가장 흥미로운 모습을 보였던 자산은 미국 주식이었다. 특히 철강, 소재, 자본재 등 인프라 관련 업종이 트럼프 당선 이후 강세를 시현했다는 점은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엔(円) 약세의 수혜를 받고 있는 일본 증시와 미국발 글로벌 경기 회복의 훈풍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아시아 주식 역시 긍정적일 것이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동안 부진했던 원자재 시장이 모처럼 수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투자자들의 든든한 안식처이자, ‘인컴’ 수익의 원천이 되었던 채권의 매력도는 낮아질 것이다. 물가상승 기대는 결국 금리인상으로 반영될 것이며, 이는 채권 시장 전반에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선별적인 기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이나 금리인상 기대를 감안할 때 팁스(TIPS)와 같은 물가채나 시니어론 등은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이면서 안정적 수익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경기 회복의 수혜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채권 자산이다.
전환의 시기, 전환의 유발점을 잘 살피며 성공 투자의 지도를 그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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