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국회 직원으로 모셨습니다. 앞으로는 잘 모시겠습니다.”
새해를 맞이한 2일 국회에서 때아닌 ‘맞절’ 행사가 펼쳐졌다. 용역회사 소속의 비정규직이던 국회 청소근로자들이 새해부터 국회 사무처 소속의 정규직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이날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 기념행사’에 참석한 200여명의 청소근로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자, 청소근로자들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박수와 맞절로 화답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해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청소근로자들을 국회에서 직접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2017년도 국회 소관 예산에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 위한 예산(59억 6,300만원)을 포함시켰다. 정 의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직접 국회신분증을 청소근로자들의 목에 걸어줌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그는 “2016년에 제가 한 일 중에 최고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이 직접고용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18대 국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도 직접고용 방침을 밝혔으나, 정부ㆍ여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날 청소근로자들은 감격에 겨운 듯 자신의 목에 걸린 국회신분증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5년 넘게 국회에서 일했다는 이모(52)씨는 “이 손바닥만한 것이 뭐라고 그동안…”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국회의 정식 직원이 되면서 신분증뿐 아니라 새 유니폼도 맞춰 입은 이들은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손을 잡아주며 지난 세월의 회한을 달랬다.
우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제 겨우 국회가 이분들을 정식 직원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동안 대우를 못해드려 사무총장으로서 사과하는 의미로 큰 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으로 고용보장을 받게 된 청소근로자들은 앞으로 교통비와 명절 상여금 등 복지 혜택도 받게 된다. 중앙 공공기관에서 청소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것은 국회가 처음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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