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도 전쟁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절박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오전 4시 아프리카 난민 1,100여 명이 북아프리카 모로코 내 스페인령인 세우타 국경을 무단으로 돌파하려다 이를 저지하던 국경수비대와 충돌했다. 현지 언론들은 “난민들이 한꺼번에 높이 6m 규모의 철조망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서던 국경수비대와 충돌해 50여 명이 부상했다”라며 “국경을 넘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난민들은 모두 체포돼 모로코로 송환됐다”고 전했다.
세우타는 모로코 북쪽 해안에 위치한 스페인령 항구 도시이자 군사주둔지다. 이날 무단으로 국경을 넘으려던 대다수 난민은 사막을 종단해 모로코에 도착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9일에도 난민 400여 명이 세우타 철조망 지역에 난입, 철조망 일부가 훼손됐다. 모로코 경찰 관계자는 “불법 월경 시도를 하는 난민은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며 “모로코 밖으로 추방당하거나 더 심한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에는 수만 명의 사하라 이남 출신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불법 체류 중이다. 이들은 해마다 스페인령 도시인 세우타와 멜리야로 들어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두 도시는 아프리카와 국경을 맞댄 유일한 유럽연합(EU) 영토로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다. 이들은 직접 철조망을 넘는가 하면 트럭에 숨어들어 국경수비대의 눈을 피하거나 지브롤터 해협을 수영으로 건너 스페인으로 향하곤 한다.
무분별한 난민 난입을 막기 위해 세우타와 멜리야 당국은 최근 모로코 국경선을 따라 높이 6m 가량의 철조망을 이중으로 설치했다. 이후 불법 이민자 수는 9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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