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클럽 총기 테러 배후 자처
경찰, 중앙아시아 출신 남성 추적
용의자 수ㆍ복장 추정은 오락가락
체포 지연되면 추가 테러 우려도
터키 경찰이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테러 발생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까지도 도망친 테러범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테러의 배후라는 정황은 드러났지만 정작 범인 체포가 지연되면서 추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경찰은 이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테러범 1명이 총기를 난사한 뒤 무기를 버리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 틈에 섞여 현장을 뼈져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중앙아시아 출신 남성을 용의자로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테러 용의자가 우즈베키스탄 또는 키르기스스탄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1일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레이나’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39명이 숨지고 69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39명 중 최소 25명은 프랑스와 튀니지, 레바논, 요르단 등의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다만 범인의 행방을 쫓을 단서들이 혼선을 빚으면서 용의자 체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언론들은 사건 발생 당일 목격자들을 인용해 나이트클럽 테러 용의자는 2명이며 이들은 산타클로스 옷으로 변장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터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검은색 옷을 입고 배낭을 맨 범인 한 명만 찍혀 있었다.
이에 터키 정부는 이날 “테러 용의자는 2명이 아닌 1명”이라고 기존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이 이날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범인이 범행 과정에서 (검은색) 옷을 갈아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등 수사과정에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BBC는 “100여명의 대규모 사상자를 낸 나이트클럽 테러를 단 한 명이 저질렀다고 믿기 어렵다”며 “범인 체포에 실패할 경우 사건 자체가 미궁에 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경찰과 언론은 테러의 배후로 IS를 유력시했다. 국영 도안통신은 2일 이스탄불 경찰이 IS 배후설에 무게를 두고 범인의 관련인물로 추정되는 용의자 8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전하는 정황도 IS 배후설에 힘을 싣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건현장에 있던 목격자를 인용해 “범인이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IS가 테러를 벌이기 전 주로 인용하는 구호다. 터키 일간지의 테러 전문기자인 도우 에로을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장 상황으로 보면 범인이 탄창 교환을 능숙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며 고도의 군사적 훈련을 한 IS 조직원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S 역시 테러 배후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성명에서 “IS의 영웅적인 전사가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휴일을 기념하는 유명 나이트클럽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당국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스탄불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망친 범인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며 “극단주의자들이 터키 내 미국인 거주지역과 자주 가는 장소에서 공격을 벌이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스탄불에서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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