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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新풍속도, 혼수 대신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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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新풍속도, 혼수 대신 미술품!?

입력
2017.01.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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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혼수나 패물 대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 구매를 선택하는 신혼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불필요한 혼수나 패물 대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 구매를 선택하는 신혼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6월 결혼을 앞두고 A(31ㆍ여)씨는 ‘통큰’ 결정을 했다. 불필요한 혼수나 패물을 줄이는 대신 신혼집에 걸 작품을 사기로 한 것이다. 예산은 500만원. 미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알았던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으나 시댁에서는 “전시에서나 보면 되지 굳이 사서 걸어두는 건 사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A씨는 “장식적인 기능도 있거니와 평생 한번뿐인 결혼을 기념할 수 있다”며 설득한 끝에 구매에 성공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A씨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힐링이 되는 것 같다”며 “그림을 고르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은 ‘덤’”이라고 덧붙였다.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이라는 거창한 수식은 예를 갖추기 위해서든, 책 잡히지 않기 위해서든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만들며 스스로의 선택으로 꾸리는 첫 가정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키곤 한다. 그러나 ‘뺄 것은 뺀다’는 작은 결혼식의 유행과 함께 요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한두 번 사용하고 말 혼수나 고가의 사치품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정서적 안정과 함께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줄 미술작품 구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그림 구매에도 이전 세대보다 가볍게 접근한다. 문화 향유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자연스럽게 작품 구매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트렌드코리아 2017’(미래의창)이 올해 주목할 트렌드로 언급한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 역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한번뿐인 인생,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에 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혼 가구나 가전제품을 빌트인 형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혼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도 작품 구매를 부추기는 배경의 하나다.

자금이 여의치 않거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작품구매에 앞서 대여를 선택하기도 한다. 오픈갤러리 홈페이지
자금이 여의치 않거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작품구매에 앞서 대여를 선택하기도 한다. 오픈갤러리 홈페이지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작품을 사는 대신 대여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B씨 부부는 “미술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수백, 수천 만원에 달하는 그림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그림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선택한 그림이 집에 어울릴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대여료는 월 3만 9,000원(10호 기준). 3개월 단위로 그림 교체가 가능하다. B씨 부부는 “값비싼 그림을 덜컥 사기에 앞서 취향에 맞는 그림을 탐색해볼 수도 있고, 계절에 따라 공간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좋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그림렌탈’ ‘그림대여’ 등의 해시태그로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그림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오픈갤러리’는 “신혼부부의 경우 그림렌탈 서비스를 통해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다 구매를 결정하는 게 좋다”며 “전체 서비스 이용 고객 70% 정도가 30, 40대 고객일 정도로 이미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휴지나 세제, 향초 등과 함께 미술작품은 어느새 집들이 선물 대열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실용성은 떨어지나 의미와 가치를 선물할 수 있는 데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 간 장기적 관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페어 등 구매 경로가 다양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예비부부나 자식 혼사를 앞둔 부모를 강연 등에서 만나면 ‘이 참에 그림을 구매(혹은 선물)하라’고 적극 권한다”며 “정서적 안정감, 인테리어 효과뿐만 아니라 문화적 소양을 보여줄 수도 있고, 잘만 고르면 나중에 재테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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