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자신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준 대가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60ㆍ수감중)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이)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을) 공모하거나 특정인을 봐주려고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대통령으로서 최씨와 최씨 측근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해‘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다”며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나, 진실 규명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되풀이했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맞추어 강경한 입장을 내,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23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정 회사를 도와 주라고 지시한 적도, 누구를 봐줄 생각도 없었다”면서 “당시 삼성이 헤지펀드(엘리어트)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되면 큰 손해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고 있었고, 증권사들도 대부분 합병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합병 찬성 지시를 뇌물 혐의로 보고 수사 중인 특검에 보낸 경고성 반박이었다.
청와대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놓고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의 현대자동차 특혜 납품 의혹에 대해서도 “최씨와 KD코퍼레이션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수십 년 된 지인일 뿐, 지인이 어떻게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을 수 있느냐”면서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을 해 왔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씨가 국정을 주무른 비선실세였다는 논란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은 전례가 있는 박 대통령은 특검의 출석 요청에 응할지에 대해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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