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 발표에서 양복을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 때부터 인민복 대신 양복을 입고 주요 행사에 서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리더십을 자책하는 대목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30분(북한시간 12시)부터 30분간 녹화 방송으로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낭독 장면을 방영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이뤄진 신년사 낭독에서 김 위원장은 짙은 남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줄무늬 남색 타이를 매고 뿔테 안경을 쓴 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 자리에서 양복을 입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에서 양복 차림으로 처음 공개 무대에 선 후 민생 시찰이나 주요 행사에서 양복을 입는 모습이 잦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복을 즐겨 입었던 ‘김일성 따라하기’의 일환으로서 젊고 세련된 젊은 지도자 인상을 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년사를 서면으로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2013년부터 5년 간 매년 1월 1일 육성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 역시 대외 연설을 즐긴 ‘김일성 따라하기’로 분석된다. 이날 연설문 낭독에서 김 위원장은 몸을 좌우로 기우뚱 거리는 특유의 습관을 그대로 보였지만, 목소리는 전보다 안정정적인 톤이었다.
신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김 위원장이‘자책’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그는 신년사 말미에“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전지전능한 지도자로 신격화되는 최고 지도자가 공개 연설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자책’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김 위원장이 인간적인 모습을 갖춘‘애민 정신’의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해, 김일성ㆍ김정일에 비해 취약한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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