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개발ㆍ전기차 배터리 등 대상
해외 합작사업 강화ㆍM&A 추진
향후 5년간 1200명 채용 계획도
“전략적 투자로 성장 동력 발굴”
재계가 정유(丁酉)년 첫날을 대규모 투자로 열었다. 국내 정유(精油)업계 1위 기업 SK이노베이션이 올해 국내ㆍ외 기업 인수합병(M&A)과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확대에 총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와 D램 반도체 부문에 3조원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작년 말 주력 계열사 사장단을 모두 50대 최고경영자(CEO)로 교체하며 ‘젊은 SK’로 분위기를 확 바꾼 최태원 회장이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새 CEO로 선임된 김준 총괄사장 주재로 경영진 회의를 열고 2017년 화학ㆍ석유개발ㆍ배터리 사업 등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투자는 전신인 SK주식회사가 2005년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를 인수할 때 투자했던 3조원 이후 최대 규모다. 김 총괄사장은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해외 기업들과 합작 사업을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M&A와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공장을 증설하고 핵심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더 키우기로 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분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폭발이나 발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 3번째로 분리막 기술을 확보한 SK이노베이션은 관련 제품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충남 서산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늘렸고, 충북 증평 공장의 배터리 분리막 생산 설비도 증설하기로 했다. 올해도 배터리 공장의 2개 라인 증설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 M&A, 신사업 확장 등을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중국에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담당하는 글로벌마케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 에틸렌 생산 세계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과 합작한 넥슬렌(고성능 폴리에틸렌) 사업 등 과거 성공 모델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부문도 본사를 미국 휴스턴으로 옮기고, 사업 대표 등 주요 인력을 현장에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글로벌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CEO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으로 SK이노베이션은 인력도 대거 늘릴 방침이다. 향후 5년간 대졸 공채와 기술직 신입사원 등을 합쳐 모두 1,2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대졸 신입사원을 100명 이상 뽑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경력사원과 기술직 신입사원도 120명 이상 선발한다.
김 총괄사장은 “올해 경영 환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단 없는 구조적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며 “과감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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