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회를 갖고 자신에 대한 혐의와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모든 의혹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해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다.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일을 챙기고 있었다”며 “정상적으로 계속 보고 받으면서 체크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건 당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데도 ‘밀회를 했다’ ‘굿을 했다’ 등의 온갖 소문이 돌더니 급기야‘성형 수술’ 의혹이 제기됐다며 기막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만 일관해 ‘7시간’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때 머리 손질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했으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일 다 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뇌물죄 의혹, 최순실씨의 각종 이권개입에 대해서도 “공모나 누구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역시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 시책에 기업이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도 했다. 관련 혐의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메모 등 객관적 증거와 뚜렷한 정황 등으로 뒷받침되는 것을 무시한 억지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건 국정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되어온 최순실씨에 대한 변명이다. 최씨를 “몇 십 년 된 지인”이라면서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 최씨는 결코 단순한 지인이 아니었다. 그가 국정을 좌지우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국민들을 참담하고 분노하게 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오게 만든 것은 바로 최씨의 국정농단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리 없다. 박 대통령은 반성하고 자숙하면서 특검의 수사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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