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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 첫 해… 깜깜이 입시에 사교육 더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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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 첫 해… 깜깜이 입시에 사교육 더 의존

입력
2017.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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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들 영어 반영 줄이고

다른 영역 강화 풍선효과 발생

중위권은 등급 올릴 절호의 기회

도입 취지 반대로 가열 양상

면접 등 대학 별도 평가 소문까지

불안한 수험생들 학원비 더 들어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 자습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몰두하고 있는 수험생.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 자습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몰두하고 있는 수험생.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새해를 맞아 예비고3 정채영(18)군은 본격적인 대학 입시 준비를 앞두고 세간의 풍문 탓에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며 지난해 수능에서 크게 어려웠던 국어와 수학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커진 동시에, 영어 시험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갖가지 소문이 돌고 있는 탓이다. 1일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서도 ‘절대평가여도 쉽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지난해 수능 2등급 실력은 만들어 놓아야 한다’, ‘원래대로 공부하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사상 최악의 불지옥 영어 예상’ 등 혼란스러운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군은 “대학별 영어 본고사가 부활한다, 면접 통해 영어 실력을 점검할 것이다, 등급 외에 백분율을 반영할 것이다 등의 말이 나돈다”며 “결국 입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4년 말 발표한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수험생들이 대처방법을 찾느라 울상이 됐다. 애초에 절대평가를 도입한 취지가 경쟁 과열과 사교육비를 줄이고 영어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것이었지만 대학들이 영어 성적 반영비율을 낮춰 아예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2월 서울 주요 15개 대학과 거점국립대학 7개의 2017학년도 대비 2018학년도 정시모집 수능 영어 반영 비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영역별 반영비율은 영어가 9.1% 감소한 반면, 탐구 4.3% 국어 2.7% 수학은 1.5% 증가했다. 대학들이 영어 대신 다른 영역으로 지원자들의 실력을 판별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전망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새해 벽두부터 개강에 돌입한 재수선행반. 주요 대형입시학원의 상위권 재수생 강좌에서 영어 학습 비중은 대폭 줄였지만 부담은 다른 과목으로 오롯이 전가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변별력이 컸던 수학과 국어에 시간을 집중 투자하고, 영어는 필요한 수강생만 별도의 수업을 받는 체계다. 괜히 영어 과목을 정규 편성했다가 오히려 학원 수준만 떨어져 보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반면 수험생들이 절대평가를 기회로 삼아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중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10점만 높이면 등급 자체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더 기를 쓰고 공부해 되레 가열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에 그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대학별로 별도의 영어능력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성헌모 종로학원 영어 강사는 “대학에서는 영어 읽기, 쓰기 능력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추세라 집필고사는 아니더라도 심층면접 등 형태로 영어 능력을 시험해 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먹고 자라는 사교육시장에서는 외려 호황까지 예견되고 있다.

문은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 부담이 옮아가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영어 반영 비율을 낮춘 대학들에게 적절한 시정 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종국에는 한 과목만 아니라 모든 과목이 절대평가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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