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産 추돌사고로 파손
택시 측에 구입가 절반 배상 책임
추돌 사고로 피해 차량에 있던 명품 기타를 파손한 택시기사 측이 수천 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기타리스트인 전모 대학교수가 “망가진 기타 값 등을 물어내라”며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1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연합회는 조합원인 택시 기사와 계약을 맺고 사고 등에 공제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보험사 역을 맡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박모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잠실대교에서 신천역 방면으로 운전 중 전씨의 기타가 놓인 차량을 들이받았다. 박씨 과실이 80%로 합의가 됐다. 이 사고로 196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작된, 2010년 구입가 8,850여만원짜리 전씨의 최고급 명품기타 1대가 좌석 바닥으로 떨어져 넥(기타 목) 부분이 부러졌다.
전씨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파손된 기타 값과 연주회를 위해 썼던 다른 기타의 임대료 2,500만원 등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택시연합회는 “이 사고로 기타가 파손됐다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1968년에 제작된 기타이니 공제약관상 보상 제외 대상인 ‘골동품’에 해당한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법관은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명품기타의 가치를 인정했다. 류 판사는 “사고 이전에 기타가 파손됐다고 볼 증거가 없고, 전 교수 측이 일부러 파손할 동기도 없다”며 추돌사고가 기타 파손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기타가 골동품이란 연합회의 주장에는 “클래식 기타 전문연주자인 전씨에게는 필수품처럼 사용돼 소장 가치보다 사용 가치가 더욱 앞선다”고 밝혔다.
다만, 전씨 측이 충격에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오래된 악기를 완충재가 부족한 보관함에 넣어둔 점, 떨어지지 않도록 벨트로 고정하지 않은 점, 과실 비율이 20%는 있는 점을 고려해 배상액은 기타 구입가의 절반 정도인 4,100여만원으로 정했다. 다른 기타를 임대하는 데 든 비용은 따로 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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