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현정부와 차별성… 야성 강조”
YSㆍDJ 묘역 참배 공통 행보 불구
노무현 前 대통령 방문에는 갈려
與 “우리가 적통” 세결집 노려
새누리, 현충원 방문… 쇄신 몰두
보수신당, YSㆍDJ 찾아 중도 공략
19대 대선이 예정된 2017년 새해 첫날. 여야 지도부는 서울 동작동의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정치 일정을 시작한다. 야권은 김영삼(YS) 김대중(DJ)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방식으로 야성(野性) 강조에 나서고, 탄핵 정국에서 보수세 결집이 시급한 여권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며 정치적 보폭을 늘린다.
신년 현충원 참배는 그 해 정당들의 행보를 알리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다. 17대 대선이 열린 2007년 첫날 당시 수세에 몰린 열린우리당은 현충원 참배 없이 당사에서 의원 20여명이 단배식 만 진행했다. 반면 DJ적통을 주장하던 민주당은 현충원 충혼탑 참배와 DJ방문에 이어 광주 5ㆍ18 민주묘역까지 찾으며 전통적 지지세력에 호소했다.
이 무렵 신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현충원 참배 없이 행주산성에서 해맞이를 한 뒤 당이 주최한 남산 단배식에 참석했다. 이를 통해 전직 대통령들 참배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았다. 추격자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유일하게 현충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방식으로 대구ㆍ경북(TK) 유권자의 향수를 자극했다.
접전 양상의 18대 대선이 벌어진 2012년엔 여야 모두 현충원을 찾았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년 전과 달리 부친의 묘역을 찾지 않았다. 대신 현충원 충혼탑만 참배한 뒤 당 주최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TK의 지지기반이 탄탄하다는 판단 아래, 범 보수 세력 결집을 우선 순위로 뒀기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현충원의 DJ묘역 참배에 이어 경남 진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까지 들렀다. 5년 전 갈라진 야권 지지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된다는 절박함이 서울과 봉하마을을 오가도록 한 것이다.
이번 2017년 새해 첫 날 참배는 다급한 여당과 신중한 야권의 모습이 투영된다. 비박계 이탈로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30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현충원 참배를 신년 참배로 갈음하고 인적 청산 등 당 쇄신에 몰두한다. 보수의 ‘적통’을 자처하는 개혁보수신당은 그들의 뿌리인 이승만ㆍ박정희 대통령 참배를 시작으로, YSㆍDJ 묘역까지 찾아 중도 성향의 표심 공략에 나선다.
야권은 표면적으로 YSㆍDJ 묘역 참배라는 공통 행보를 보인다. 민주화의 두 거목을 찾아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정국이 야권에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정치적 확장성을 택하기 보다는, 야성을 강조하는 것이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야권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각각 지난해 2월과 올 1월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묘역을 참배한 뒤 지지층의 강한 비판을 접한 경험이 있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는 야권 내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정치 계승을 주창하는 민주당은 1일 오후 봉하마을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을 취소했다. ‘친노 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분당한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봉하마을을 선택지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일 공식일정이 많아 지방까지 가긴 힘들다”면서 “친노 패권에 이어, 친문 패권을 비판하는 와중에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는 건 그림이 이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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