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당시 여자 배구 대표팀에 대한 부실 지원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던 배구협회가 이번에는 서병문(72) 회장의 진퇴 문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됐다.
서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포함한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해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협회 산하 각 지역협회와 연맹 회장단은 지난 29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서 회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 전원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가결했다. 재적 대의원 23명 중 1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대의원 총회에서 불신임 안건이 가결되면 해당 임원은 즉시 해임된다.
하지만 서 회장은 당시 총회에서 해임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불신임안은 부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가운데 1명(김광수 중고배구연맹 회장)이 무자격자로 확인됐다”며 “따라서 임원 전체 불신임안 투표 결과는 찬성 15명으로 정정될 수밖에 없고, 규정상 해임안 가결 기준인 재적 대의원 3분의 2인 16명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종 부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김광수 중고배구연맹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해 지난 10월 21일 정기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대의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병익 비대위원장(제주배구협회장)은 이에 대해 “김광수 회장은 12월 30일까지가 임기라는 대한체육회의 유권 해석을 받았다”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서 회장이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협회의 내부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서 회장이 대의원단과 마찰을 빚은 건 인사 문제 때문이다. 서 회장은 지난 8월 회장 선거 당시 ‘인적 쇄신을 통한 새 판 짜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제38대 협회장으로 당선된 것과 동시에 이미 두 차례 이사를 맡아 더 이상 이사직을 맡을 수 없는 김찬호 경희대 감독을 실무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서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재 출연을 포함한 재정확보,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건립과 국가대표 전임감독제 실시 등도 전혀 진척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서 회장은 “김찬호 감독은 대학 후배지만 워낙 능력이 특출 난 분이기 때문 선임을 하게 됐다”며 “임기 4년을 부여 받은 신임 집행부에게 공식 취임 2개월여 만에 선거 공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전원 해임을 한다는 것은 상식을 한 참 벗어난 처사”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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