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주도한 동구청 안전도시과장 사과
원래 설치장소로 옮기며 일단락
31일 일본영사관 앞서 제막식
부산 동구가 강제 철거한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이틀만인 30일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도로법 시행령을 근거로 설치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동구청은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설치를 허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이날 오전 동구청 3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간 일이라 구청장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철거) 행정대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철거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대학생과 시민단체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해 박 구청장에게 당시 일을 엄중 항의했다. 참석자들은 동구청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설자재와 함께 영주고가도로 밑에 보관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로 철거를 주도한 안전도시과장이 사과했고 평화의 소녀상을 원래 설치장소로 옮기는 선에서 동구청의 소녀상 철거 파문은 일단락됐다.
소녀상 재건립 소식을 전해 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ㆍ서포터즈(이하 미소추)’에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김 할머니는 “동구청장이 처음에는 잘못해서 속이 상했지만 타결됐다니 고맙다”며 “하루빨리 위로금은 취소되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도록 앞으로도 힘을 써 달라”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날 오후 1시쯤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중앙대로변 승강기 옆에 다시 세워졌다. 미소추는 보도블록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이처럼 여론의 뭇매로 제자리로 돌아온 소녀상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경찰이 31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일본영사관 앞 행진을 불허한다고 밝혀 제막식 허용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가 30일 오후 법원에 (행진)금지가처분집행정지신청을 냈고 이날 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제막식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은 극적으로 사라졌다. 미소추는 31일 촛불집회, 서면~정발장군 동상까지 4.5㎞ 행진에 참가한 뒤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시민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는 오래 갈 수 없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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