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나.”
김성수(53) 코치는 2015년 12월, 박태하(48) 감독이 이끄는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옌볜FC의 골키퍼 코치로 합류했다. 김 코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K리그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에서 GK 코치를 맡아 김용대(37ㆍ울산), 정성룡(31ㆍ가와사키 프론탈레), 신화용(33ㆍ포항), 김영광(33ㆍ서울이랜드), 김승규(26ㆍ빗셀 고베) 등을 국내 최고 수문장으로 키워낸 지도자다.
김 코치가 처음에 옌볜에 가보니 골키퍼들의 훈련 방식과 태도는 엉망이었다. 그는 30일 본보 통화에서 “팀 훈련 때 골키퍼들은 제대로 운동도 안 하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들어가는 식이었다”며 “내가 가서 훈련 때만큼은 아주 강하게 운동을 시켰다”고 밝혔다.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특히 주전 수문장인 조선족 지문일(28)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키가 184cm로 골키퍼치고는 작지만 순발력이 좋다. 2004년 중국 청소년축구팀에 뽑힐 정도로 잠재력도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해서인지 경기 운영이 서툴렀고 상대 크로스 볼을 잡는데 약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다혈질이라 곧잘 흥분해서 경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김 코치는 지문일과 함께 꼼꼼하게 비디오 분석을 하며 장단점을 짚어주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욱하는 성격도 잡아줬다. 지문일은 지난 시즌 옌볜 선수 중 유일하게 정규리그 30경기(41실점)를 풀 타임 소화하며 팀이 9위로 1부 리그에 잔류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래서일까. 마리첼로 리피(68) 감독의 중국대표팀이 그를 주목했다.
지문일은 ‘제1회 중국컵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훈련에 참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30일 연변일보가 전했다. ‘중국컵 국제축구대회’는 내년 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난닝에서 열린다. 중국 외에 아이슬란드와 크로아티아가 참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대회다. 김 코치는 “지문일이 지난 시즌을 통해 중국의 대표급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자질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며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대표팀으로 떠났다”고 흐뭇해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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