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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전기차, 베일 속 '핫해치'… 다크호스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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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전기차, 베일 속 '핫해치'… 다크호스 몰려온다

입력
2016.12.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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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자동차 업계는 슈퍼스타의 해였다. 시들어가는 중형차 시장에 불을 활활 지핀 르노삼성 SM6와 단숨에 준대형 시장 왕좌로 복귀한 현대 그랜저가 그랬고,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도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SUV 시장은 새 주자 없이도 파죽지세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친환경차 시장은 높은 보조금과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이 없었다.

빈익빈 부익부도 심해졌다. 나락으로 떨어진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반사이익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같은 독일 브랜드가 챙겼고, 디젤 게이트는 휘발유 엔진과 하이브리드 유닛에 특화된 일본 브랜드에도 호재가 됐다. 국산 첫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국내에서만큼은 안착한 모양새지만, 현대는 고급차인 아슬란과 소형차 및 중형차 부문에서는 점유율이 하락했다.

당연하게도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신차를 먹고 산다. 2017년에는 세상에 없던 자동차 여럿이 데뷔한다. 독특한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의 기아 K8과 제네시스 브랜드의 젊은 스포츠 세단 G70, 바뀌지 않은 건 이름뿐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5 등 완벽하게 바뀐 신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정작 내 눈에 들어온 자동차는 독특한 개성을 갖춘 가지치기형 특화 모델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내세우는 발칙한 고성능 모델, 내연기관의 종말을 꿈꾸는 장거리 대중 전기차, 국내 메이커가 만든 본격적인 핫해치, 작지만 매운 고추처럼 톡 쏘는 터보 엔진의 경차, 밸런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등생 SUV의 귀환 등 내 입맛을 사로잡은 자동차 5대를 소개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기자들이 정유년(丁酉年)에 주목해야 할 자동차를 선정해 소개하는 시리즈 3탄이다.

●볼보 S60 폴스타

볼보의 고성능 모델 S60 폴스타. 내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볼보 제공
볼보의 고성능 모델 S60 폴스타. 내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볼보 제공

BMW에 M 이니셜이 존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에 AMG 엠블럼이 빛나듯 볼보에는 폴스타가 있다. 20여 년 동안 레이스에 매진하며 볼보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이 높던 폴스타가 올해 볼보의 자회사가 됐다.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60 폴스타는 북극성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북유럽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모델이며, WTCC 참전의 주역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국내에서 볼보는 운전 재미보다는 안전에 치중한 럭셔리 브랜드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차는 그러한 세간의 평가에 반전을 제시한다. 과거 국내에도 소량 수입됐던 S60R 모델의 계보를 잇는 스포티한 볼보의 상징이다. 스스로 자동차 경주 선수로 나서며 엔지니어링 개발에 몰두했던 닐손이 만든 폴스타가 국내에 데뷔하다니 격세지감이다.

복잡했던 엔진 체계를 2.0 단일 유닛으로 통합한 볼보의 전략은 애초의 우려와는 다르게 순항 중이다. 폴스타의 T6 엔진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달았고 커넥팅 로드의 재질을 바꾸는 등 각종 튜닝을 거쳐 고성능으로 거듭난 최상급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이다. 기어비를 튜닝한 8단 자동변속기, 할덱스 대신 보그워너와 손잡은 사륜구동 시스템, 올린스 쇼크업소버로 무장한 20인치 휠의 역동적인 느낌이 사진으로도 전해진다. 볼보에서 진정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를 내놓다니, 새파란 피가 끓어오른다.

●쉐보레 볼트

쉐보레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순수 전기차 볼트(Bolt). 쉐보레 제공
쉐보레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순수 전기차 볼트(Bolt). 쉐보레 제공

현재 알려진 전기차의 문제점은 배터리 효율성이다.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덩달아 급격하게 낮아지는 충전량에 운전자는 뒷목 잡기 십상이다. 목적지는 아직 멀었는데 급하게 방전되어 충전을 알리는 경고음이 불쑥 들 때 그 간담 서늘한 기분을 아시려나 모르겠다. 수년 전 닛산 리프를 타고 강력한 토크를 즐기며 급가속을 즐기다 도쿄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우왕좌왕한 이후 몇 년 동안은 전기차 주변으로는 얼씬도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볼트는 다르다. 이제 충전 걱정은 그만! 쉐보레 볼트는 내연기관 수준의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다.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가 383km이니 수도권 지역에서 동해안 정도는 충전 없이 당일치기 왕복이 가능하다. 스파크 EV에 비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집적도와 구조에서 월등히 앞선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한 건 여느 차와 다를 바 없지만 후륜 쪽으로 층적 구조를 만들어 무게 밸런스를 맞췄고 60kW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 충돌안전을 고려한 작은 차체에 배터리를 세팅하는 구조로는 최상의 선택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란 바로 이런 것! 엔지니어의 고심이 깃든 협업물을 보는 건 언제나 근사한 일이다.

가격 역시 정부 지원 보조금을 감안한다면 대중을 겨냥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내년 말 이후 예정된 테슬라의 반격을 기대하는 흥미진진한 관전도 묘미가 될 예정이다.

●현대 i30N

구형 보디로 위장한 채 테스트 중 포착된 현대 i30N 2.0 터보 모델. 뉴스프레스 제공
구형 보디로 위장한 채 테스트 중 포착된 현대 i30N 2.0 터보 모델. 뉴스프레스 제공

자동차는 상품 기획의 특성 상 아무리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차라도 수년 전 시장 예측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BMW M 연구소 기술부문을 알버트 비어만 소장이 현대로 옮긴 이후 2년이 흘렀으니 가시적인 성과물이 드러날 때가 되었다.

제네시스와 신형 그랜저 등이 가볍게 날리던 잽이었다면 i30N은 완벽한 정공법일 가능성이 높다. 휘발유 1.4 터보 엔진에는 과하게 느껴지던 i30의 차체 강성을 볼 때 300마력을 넘나들 스포츠 해치백을 준비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올해 전해진 WRC 승전보부터 시작해 자동차를 정말 잘 아는 전문가들이 속속 현대차 캠프에 합류하는 요즘처럼 그들의 행보를 기대한 적이 없었다.

남양(연구소)에서 들려오는 토막 소식에 언제나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는 N 디비전의 데뷔작이 될 이 차가 자동차 마니아가 원하는 구성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 컴팩트 해치백과 수동 변속기(듀얼클러치 예정), 사륜구동의 조합은 언제나 짜릿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기대를 안고 기다리는 모델이다.

●기아 모닝 터보

모닝 랜더링 이미지. 터보차저로 성능을 높인 트림이 나올 예정이다. 기아자동차 제공
모닝 랜더링 이미지. 터보차저로 성능을 높인 트림이 나올 예정이다. 기아자동차 제공

새해 아침을 기아 모닝이 열어줄 예정이다. 이미 기아의 이벤트를 통해 새 차 이미지는 널리 퍼졌다. 올해 일몰되지 않은 경차 혜택 덕분이라도 ‘경차 권장사회’의 필수품은 안 타면 손해라는 생각이다. 한때 냉장고에 혹해서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쉐보레 스파크를 견적까지 내봤지만 미흡한 출력 때문에 취소했던 경험이 있다. 모닝 터보는 덩치에 비해 출력이 적당해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현행 모델의 무단변속기 대신 듀얼클러치를 맞물린다니 그 또한 기대감이 든다.

내년 1월 직접 체크해 보고 차체 강성을 비롯해 기본기만 괜찮다면 직접 구매해 취재의 발로 활용할 예정이다. 유일한 경쟁 모델인 쉐보레 스파크에 성능이 높은 엔진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달고 나올 테지만.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년에 선보일 신형 티구안. 폭스바겐 제공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년에 선보일 신형 티구안. 폭스바겐 제공

내년에는 출시를 앞둔 수입 준중형 SUV의 대전이 펼쳐진다. CUV 디자인을 버리고 강인한 SUV 스타일로 꾸민 뒤 아이신과 공동 개발한 자동변속기를 달아 상품성을 개선한 푸조 3008, 윗급 XC90을 쏙 닮아 고급스러운 볼보 XC60,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할 포드 쿠가 등 쟁쟁한 라이벌이 기다린다. 디젤 게이트로 폭풍의 중심에 섰던 폭스바겐 또한 신형 티구안을 내놓고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티구안은 이미 지난 해 부산모터쇼에서 전시됐던 터라 눈에는 익숙하지만 도로에서 만날 수가 없어 그간 아쉬움이 컸던 모델 중 하나다. 신형 MQB 플랫폼을 써서 차체는 한층 커졌고 직선을 살린 단정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이미 유럽에서는 신형 티구안의 제품력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서비스와 고객 응대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분명 올해와 마찬가지로 SUV 시장은 내년에도 뜨겁게 타오를 것이 분명하다. 티구안은 내년 폭스바겐코리아의 향방을 좌우하는 이정표가 될 듯하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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