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2.30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사무소 등이 이달 들어 토론회나 간담회 등 공개행사를 통해 ‘사형제 폐지’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벌여온 까닭은 올해도 한국의 법전에서 사형 조항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 교도소에는 지금도 61명의 사형수가 수감돼 있다.
그리고 한국의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게 이맘때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서울구치소 등 전국에서 지존파 6명을 포함한 23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10년 뒤인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10년 이상 기결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으로 분류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사형제 폐지 캠페인을 시작한 1977년 16개에 불과하던 법적ㆍ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는 그 사이 140개국으로 늘어났다. 법적 사형폐지국은 102개국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가 “인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회복 불가능한 부정”이라고 판단한다. “사형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 위배되며, 종종 차별적인 방식으로 적용되며, 불공정한 재판이나 정치적 이유를 적용하였을 때 생겨나기도”하기 때문이다. 강요된 자백이나 고문 등 가혹행위, 오염된 증거 등에 근거한 오심의 가능성도 늘 상존한다. 흉악범죄 억지력이나 피해자 인권 등 사형제 존치론의 논거는 실증적ㆍ이론적으로 끊임없이 반박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가 존속돼온 까닭은 ‘흉악범죄에 대한 합당한 응징’을 바라는 대중 심리를 국가권력이 쉽사리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제를 국가ㆍ종교ㆍ문화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국제앰네스티가 밝힌 2015년 사형 집행 상위 국가들-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저 3개국이 작년 처형한 사형수는 최소 1,634명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저 숫자는 전년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25년 사이 최다라고 국제앰네스티는 밝혔다. 죄명 중에는 간통, 신성모독도 포함돼 있다. 미국도 지난 해 28명을 처형했다. 통계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서도 최소 1,000명이 사형 당했을 것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추정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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