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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제 질서, 서구식 규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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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제 질서, 서구식 규범 무너진다”

입력
2016.12.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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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키스를 묘사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레스토랑 벽화.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키스를 묘사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레스토랑 벽화.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시대가 끝났다.” 서구 외교 전문가들이 2017년 전망에 일제히 ‘서구식 국제규범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유지한 자유무역 원칙과 국제기구를 통해 외교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자주의 외교 노선이 중국과 러시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도하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로 대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영국 BBC의 마크 어번 외교국방전문기자는 ‘2017년 세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기고문에서 다수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서구국가들이 내년에는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2016년 하반기에 비서구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등이 서구 중심의 국제기구를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외교전에서 성공을 거두는 모습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정부군을 지원하고, 반군을 지지하는 터키와 협상해 결국 알레포에서 반군을 몰아냈다. 서구가 주도하는 유엔의 협상 테이블은 들러리가 됐다. 중국도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한 유엔 중재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ㆍ브라질 등이 탈퇴를 선언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면도 땅에 떨어졌다. 영국 엑서터대학 전략안보연구소장인 패트릭 포터 교수는 “러시아ㆍ중국 등의 탈이데올로기 외교가 성공하는 가운데 서방은 스스로 설정한 외교원칙에 손이 묶여버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기의 더 큰 요인은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인의 직업을 지키겠다”며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선포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이 결정타다. 오히려 중국이 자유무역을 수호하자고 나서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실용주의 탈이데올로기 외교를 표방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도 우호적이다. 이에 러시아를 눈앞에 둔 유럽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에서 이탈했다. 잇달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EU와 나토의 역량을 의심하는 유럽회의주의 우익 정당의 집권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사이먼 프레이저 전 영국 외교부 사무차관은 “국제법이나 국제기구는 여전히 힘을 유지할 것이지만, 그 위상은 분명 전과 같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전직 나토 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탈 역시 “세계에 규칙 없는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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