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차를 권할 때 ‘Would you like some herbal tea?’라고 묻는다. coffee나 green tea와 달리 herbal tea의 발음이 ‘허벌’인지 ‘어벌’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발성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떤 발음이 더 좋은지 확신이 없어서다. 원어민들도 herb를 ‘허-ㅂ’나 ‘어-ㅂ’로 발음한다. 사전에서는 발음을 ‘허브’로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어브’로 발음하는 사람이 더 많다. 미국의 동남부나 남부 지역에서는 Herb의 발음을 erb로 하고 동북부 Boston에서도 erb로 발음한다. 영국에서는 h를 살려서 발음하는 사람이 다수이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사람의 이름이 Herb인 경우 ‘허-ㅂ’로 발음하는 것은 확실하다. 고유명사는 각 글자마다 발성을 하는 spelling pronunciation을 하는 것이다. Herb는 본래 빛나는 병사를 뜻하는 독일 이름인데 1066년 노르만 정복 이후 영국에 유입됐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Herbert Hoover나 배우 Herbert Lom, 기업가 Herb Kohl 등이 이름에 허브를 쓴 사례다. 이들 이름을 발음할 때는 H음을 그대로 발성한다. 13세기 말의 발음 ‘어-ㅂ’는 고대 프랑스어 erbe 발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는 Latin의 herba(=grass)에서 유래됐는데 15세기 이후에는 활발하게 쓰이다가 19세기 이후부터 h발성이 살아났다. 현대 프랑스에서는 '허-ㅂ', 이탈리아에서는 erba, 스페인에서는 yerba, 포르투갈은 herba이다. H를 살리는 것으로 양분되지만 발음의 어원은 모두 Latin어 herb로서 같다.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herb 발음을 erb처럼 한다. H발성을 한다면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오늘날 Haiti 공화국를 영어권에서는 ‘헤이티’로 발음하는 반면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현지에서는 ‘아이티’로 발음한다. 영국인 중에서 ‘What was that?’라고 질문을 하면서 ‘훳 워즈 댓?’처럼 H발성을 또렷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잘난 척을 한다고 여겨진다. 발음의 차이로 자신의 높은 학식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변한다. huge, human, hotel등에서는 h음이 또렷하지만 heir honor처럼 초성 h음이 생략된 단어도 있다. Humor를 휴머가 아닌 유머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h음이 진화 중임을 말해준다. 우리말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있는데 부족(不足), 부동산(不動産), 부재중(不在中), 부도덕(不道德)에서처럼 ㅈ, ㄷ 앞에서 ‘불’은 ‘부’로 읽는다. 그 외에는 불완전(不完全), 불쾌(不快)처럼 불(不)로 읽는다. 의미는 같은데 경우에 따라 다르게 읽기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식물이나 사람 이름인 경우 고유성을 강조하기 위해 Herb를 허-브로 하는 것은 세계 어딜 가나 공통이다. 그러나 마시는 차의 경우 어-브로 발음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초성으로서 h음 발음은 생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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