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발생하자 보험금을 노려 운전자를 바꿔 치기 한 대리운전기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운전자 바꿔 치기를 하느라 사고로 중상을 입은 동료는 30여분 간 방치됐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변을 당했다.
대전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29일 사망사고를 내고 다른 사람이 운전한 것처럼 꾸민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대리운전기사 임모(20)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임씨를 대신해 운전자인 것처럼 한 혐의로 대리운전기사 이모(35)씨와 운전자를 바꾼 사실을 묵인한 대리운전업체 사장(35), 차주(36)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는 지난 10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충남 아산시 한 도로에서 승용차(렌터카)를 시속 96㎞로 과속 운전하다가 모래 적재함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탄 동료 대리운전기사 윤모(27)씨가 중상을 입었다. 윤씨는 천안에서 영업이 끝나 임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리운전 사무실로 가던 중이었다.
이 차량은 혜택이 만 21세부터 적용되는 보험에 가입돼 있어 임씨는 사고에 따른 보험 처리가 불가능했다. 임씨는 이 때문에 동료 대리기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가장 가까이 있던 이씨가 현장으로 왔다. 그 사이 크게 다친 윤씨는 30여분 간 아무 구호조치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뒤늦게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임씨의 연락을 받고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씨는 경찰에 자신이 운전자이고, 임씨는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이씨는 또 보험사에서 운전자 보험금 4,500여만원을 받고, 윤씨의 사망보험금(5억원)까지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거짓말은 경찰의 집요한 수사망에 걸려 결국 들통났다. 경찰은 운전석 에어백에 혈흔이 묻을 정도로 사고가 컸는데도 이씨는 다친 곳이 전혀 없는 점을 주목했다. 수사 과정에서 운전석 에어백의 DNA와 임씨의 DNA가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이동전화 기지국 분석 결과 이씨는 사고 발생 시각에 다른 곳에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임씨와 이씨는 이런 수사결과를 내놓은 경찰에 결국 “보험 처리를 하려고 운전자를 바꿔 치기했다”고 자백했다.
임씨는 경찰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를 보험처리를 위해 운전자를 바꾸라는 대리기사끼리 약속에 따랐다. 고인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이씨도 “윤씨가 사망할 정도로 큰 사고인줄 알았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