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액-가해 농장주 제시액
법원이 중간으로 강제 조정
충북 청주시에서 19년간 ‘축사노예’를 했던 고모(47)씨가 농장주로부터 받지 못했던 임금 등 1억6,000천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9일 청주지법과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에 따르면 고씨가 농장주 김모(68)씨 부부를 상대로 낸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액 강제 조정 결정이 내려졌다.
청주지법 민사2단독 이현우 판사는 지난 5일 김씨 부부에 대해 고씨에게 밀린 임금 및 물리적ㆍ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1억6,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고씨와 김씨 부부 측은 강제 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김씨 부부가 고씨에게 1억6,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지적 장애 2급의 고씨는 1997년 여름 충남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 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이후 19년간 축사창고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극적으로 가족을 만났다.
고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김씨 부부에게 임금 8,000여만원과 위자료 1억3,000여만원 등 2억1,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노역기간 받지 못한 품삯이 최저임금 기준 1억8,000여만원에 달했지만 현행법상 임금 채권 소멸시효가 3년에 불과해 8,000여만원만 청구했다. 이 금액도 법률구조공단이 청구기간을 최대 5년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고씨의 청구액과 김씨 부부가 지급 가능하다고 밝힌 금액의 중간선에서 합의금을 강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조정으로 김씨 부부는 3개월 이내에 합의금을 고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지급하지 않을 경우 김씨 부부의 재산에 대해 합의금만큼 압류 절차가 진행된다.
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관계자는 “배상 액수를 놓고 이견이 컸지만 김씨 부부가 강제조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부부의 재산 정도를 고려할 때 합의금은 예정대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8월 25일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의 부인 오모(62)씨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무거워 구속기소 된 상태다.
청주=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