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최대 실적 이끌어
리더십 인정받으며 전면에
동생 조현상도 사장으로 승진
산업자재ㆍ전략본부장 맡아
조석래(81) 효성 회장이 29일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장남인 조현준(48)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준 신임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45) 부사장도 사장에 올랐다. 두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효성그룹은 ‘3세 경영’ 시대의 막을 올렸다.
1997년 효성의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조현준 신임 회장은 하나로 묶여 있던 조직 체계를 사업 부문별로 쪼개 책임 경영을 맡기는 등 그 동안 성과 중심의 조직 개편을 주도해 왔다. 현재 효성의 조직 시스템은 조 신임 회장이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조 신임 회장은 특히 2007년부터 섬유사업부문을 맡아 그룹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주력 제품인 고부가가치 섬유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3%)로 올라선 뒤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효성은 올해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을 32%까지 끌어올렸다.
조 회장은 2014년엔 저가 수주와 원가 상승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중공업 부문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흑자 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송배전 설비인 스태콤과 HVDC,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신사업을 확대한 결과 중공업 부문은 지난해 1,5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효성 관계자는 “조 신임 회장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이번 인사는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상 신임 사장은 산업자재사업 부문과 전략본부장을 맡아 형 조현준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 98년 효성에 입사한 조 사장은 자동차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인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사업을 세계 1위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컨설턴트 출신인 조 신임 사장은 효성의 해외 진출ㆍ투자를 이끌었다. 2006년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인 미국 굿이어와 타이어코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북미와 남미, 유럽의 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4곳을 인수해 효성의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조 사장은 2007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석래 회장은 2선으로 후퇴하지만 대표이사직은 유지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현장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조 신임 회장은 이날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스포츠 정신에 기반한 페어플레이를 통해 효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열렬한 스포츠팬으로 알려진 조 회장은 평소 기업 활동에서도 개인의 책임감과 팀워크,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해왔다.
효성은 이날 신규 임원 승진자 17명을 포함한 총 34명 규모의 정기 임원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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