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코앞에 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복잡한 국제관계의 역학 속에서 짐짓 반 총장을 폄훼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겠지만 뉴욕 유엔본부의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 이들 대다수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급기야 “반 총장은 카리스마와 명민함, 창의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8일(현지시간) 반 총장 재임 10년의 공과를 돌아보며 “세계 최대 국제 기구를 10년이나 이끌며 만들어낸 결과물로는 아쉬움이 크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FP는 10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기사에서 능력 부재는 물론 지도자의 자질까지 거론했다.
반 총장은 우선 국제사회의 중재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FP는 반 총장의 한 최고 자문관의 입을 빌려 “반 총장은 케냐와 시리아의 평화 중재 임무를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의 특사에게 ‘하청’했다”며 “신에게 감사하게도, 반 총장은 스스로 생각하는 데 취약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FP는 또 반 총장을 지켜본 이들을 인용해 “반 총장은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체로 얼굴마담에 불과했다”며 “기껏해야 치어리더였고, 대부분 구경꾼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0년 11월 중국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났을 때 수감된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은 ‘강대국 눈치보기’의 일례로 꼽혔다.
외교 능력에도 낙제점이 매겨졌다. 반 총장을 보좌하던 한 유엔 직원은 “반 총장은 세계지도자와 회담할 때마다 인사를 건넨 후 곧바로 노트에 준비한 말들을 읽었고, ‘스몰 토크’(사교적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물밑 중재(Quiet diplomacy)를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반 총장이 ‘옥스퍼드 영어’(정통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서구 언론으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았다고 측근들에게 불평한 일화도 소개했다. FP는 “하지만 반 총장은 측근들과의 회의에서 일이 잘못되거나 부하에게 도전을 받으면 벌컥 성을 냈다”며 “직원들은 반 총장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FP는 반 총장의 업적과 관련해 “C급 사무총장으로 남을 뻔 했지만 기후변화협정으로 B급으로 기억됐다”면서 기후변화협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도 “반 총장이 없었어도 협정은 타결됐겠지만, 그는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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