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만큼 가난의 냄새 폴폴 풍기는 음식도 드물다.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고기 부산물을 주재료로 끓인 찌개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다진 고기 덩어리에 다양한 소시지, 몸에 좋은 청국장 콩과 당면 등 부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간다. 고급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뜨끈하게 속을 풀어주는 한끼 식사로 그만이다.
군부대가 밀집한 연천에서 소문난 부대찌개 식당을 찾았다. 신서면 대광리역 앞 대호식당이다. 13년째라는데 평일에도 점심시간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서울도 아니고 시골마을에선 드문 경우다. 지역주민뿐 아니라 외출, 외박, 면회 온 군인가족까지 식당을 꽉 채운다. 메뉴는 부대찌개와 동태찌개 단 2가지. 맛에 자신감이 묻어 난다.
수북하게 당면을 얹은 것 빼고는 다른 부대찌개와 특별히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진가는 끓이면서 나타난다. 채소와 당면이 녹아 들면서 자작자작해진 국물이 팔팔 끓는 소리로 미각을 돋군다. 육수만 흥건한 식당에 비하면 재료가 풍성하다. 라면 사리로 양을 불리거나 육수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국물이 걸쭉해지지 않고, 담백하고 깊은 맛을 더한다. 시래기무침, 무생채, 감자조림 등 반찬 맛도 한정식 식당에 뒤지지 않는다. 입가심으로 나오는 숭늉까지 구수하다. 부대찌개 7,000원, 동태찌개 8,000원.
▶지극히 주관적인 맛 평가 : 부대찌개는 허술한 음식이라 생각해왔던 인식을 깨는 맛. 끝까지 담백한 국물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라면 사리를 넣지 않는 것.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