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면담이 무산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직후 축하전화에서 반 총장에게 면담을 약속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마음을 바꾼 탓이다. 국내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면 ‘외교에 능한 대선주자’의 이미지가 강화될 걸로 기대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유엔 외교관들의 말을 빌어 "트럼프 당선인이 반 총장과의 면담 약속을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FP는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반 총장을 '무시'한 것이자, '트럼프 정부'에서 유엔과 미국과의 관계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사흘 후인 지난달 11일 반 총장과 전화통화에서 면담을 약속했지만, 반 총장의 임기 만료 5일 전인 27일(현지시간)까지도 면담 일정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FP는 또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유엔에 '트럼프 당선인이 내달 20일 취임 때까지는 어느 세계 지도자들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변심’에는 유엔과의 냉기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강력 반발했고 26일에는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클럽'으로 유엔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반 총장의 최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사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1월 20일 전까지는 의전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트럼트 당선인이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난 것을 두고 문제가 제기돼, 정상들과의 만남을 자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아울러 반 총장의 ‘23만달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은 적극 해명하겠지만, 음해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묻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개헌 구상이나 경선 참여 계획 등에 대해선 “(반 총장이) 31일까지는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고 했다”면서 “국내 정치와 관련된 이런 저런 관측들은 다 그 사람들이 느낀 인상을 말하는 것일 뿐, 반 총장의 뜻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대선 캠프 구성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
워싱턴=조철환기자 chcho@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