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국무, 분쟁 종식 연설
트럼프 무효화 가능성에도 강행
퇴임을 목전에 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취임 초읽기에 들어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ㆍ팔) 분쟁을 두고 또 한번 맞붙을 태세다. 존 케리 현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분쟁 해결을 위한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중동평화협상안을 제시하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레거시(업적)를 모두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한달여를 앞두고 ‘대못박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케리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ㆍ팔 분쟁 종식을 위한 중동평화협상안과 관련해 연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너 대변인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이 담겼다”며 케리 장관의 연설이 곧 오바마 대통령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ㆍ팔 평화협상은 2010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양국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교착상태에 빠졌고, 2013년 케리 장관이 다시 추진했지만 다음해 무산되며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이번 연설은 퇴임 전의 오바마 정부가 그동안 구상하던 평화협상안을 밝히는 마지막 기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리 장관의 평화협상안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향하는 ‘두 국가 해법’(이ㆍ팔의 평화 공존 방안)을 발전시킨 방안이 포함됐다. 이 신문은 케리 장관의 보좌관을 인용해 “국경을 획정하는 것에서부터 두 지역의 안보를 어떻게 담보할지, 예루살렘은 어떤 상태로 둘지 등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오는 1월 20일 퇴임을 앞두고 ‘외교 정책’을 제시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친(親) 이스라엘 성향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만나 중동 문제를 논의한데다가,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에 극우성향 인사를 지명하며 이스라엘 편들기를 노골화 했다. 이에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 건설 중지 결의안 통과에 힘을 보탠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적 평화협상안까지 제시하며 이ㆍ팔 정책에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케리 장관의 협상안이 트럼프 정부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미국의 공식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는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예루살렘시 당국은 28일 예정된 동예루살렘 새 정착촌 건설 관련 논의를 돌연 취소했다. CNN은 시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유대인을 위한 신규주택 492채를 건설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지만 취소했다”라며 “정착촌 이슈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않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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