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 모두가 제 아들이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요리를 직업으로 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갑을 맞은 요리사가 군 부대를 직접 찾아 장병들에게 1만 그릇이 넘는 짜장면 나눔 봉사활동을 이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에서 작은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광복(60)씨. 그는 28일 오전 350인분에 이르는 밀가루와 양파, 양배추 등 갖가지 식재료를 꾸려 길을 나섰다. 제27보병사단(이기자 부대) 본부 장병에게 점심메뉴로 짜장면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취사장에 들어가 두 시간이 넘도록 짜장면을 빚은 김씨는 “자식 같은 병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화천 사내면에 삶의 터전을 새로 마련한 김씨는 지난 7월부터 군 부대를 찾아 ‘맛있는 기부’를 시작했다. “환갑을 맞아 뜻 깊은 봉사활동을 생각하던 중,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생전에 군 장병을 손자처럼 대하는 모습이 문득 떠올라 짜장면 나눔을 시작하게 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씨는 부인 장금덕(57)씨와 함께 지난 5개월 간 하루에 적게는 80명, 많게는 1,000여 명에 이르는 장병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이렇게 제공한 짜장면이 1만 그릇에 달한다. 이기자 부대원 대부분이 그의 손맛을 봤다. 금액으로 따지면 5,000만 원 가량의 기부를 한 셈이다. 이기자 부대는 김씨 부부에게 이날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씨는 “장병들을 군인 이전에 아들이라고 생각해왔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께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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