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의혹과 관련된 당국자들이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하기 위한 조직적 모의가 실행됐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러시아의 도핑 의혹에 대한 비판은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지금까지 의혹을 부인해왔다.
28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안나 안첼리오비치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위원장 대행은 러시아가 수 년 동안 체계적인 도핑 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밝히며 “조직적 모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정부 고위층과 이번 도핑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추측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탈리 스미르노프 역시 조직적 도핑 모의를 인정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도핑기구의 개혁을 위해 올해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스미르노프는 “전 체육부 장관이자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아주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역시 러시아 정부가 직접적으로 도핑 모의를 주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러시아 도핑 의혹은 세계 스포츠 사상 가장 충격적인 스캔들 중 하나다. 이달 초 리차드 맥라렌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관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된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모의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30개 종목 1,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만 4명의 금메달리스트를 포함해 12명의 메달리스트가 금지약물이 들어간 소변 샘플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조직적으로 운영된 도핑 프로그램에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푸틴 대통령은 정부가 직접 도핑 프로그램을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며, 조직적 도핑 의혹을 폭로한 사람은 러시아 외부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추측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의 전 소장이었던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는 정부의 명령에 따라 도핑 계획을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일부 러시아 선수들에게 기량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직접 개발해 제공했으며, 금지 약물이 적발되지 않도록 소변 샘플까지 조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샘플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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