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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그때 그 기숙사

입력
2016.12.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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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이던 스무 살 시절, 나는 기숙사에서 지냈다. 이층침대 두 개를 놓고 네 명이 함께 쓰는 방이었고, 전화 교환은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가능했다. 10시가 되면 사감이 한 방 한 방 돌며 점호를 했고 주말에도 외박을 하려면 부모님 동의서가 필요했다. 기숙사 식당에서 밥 세 끼를 다 먹었는데 아침에는 한식과 토스트 중에서 고를 수 있었고 토요일 점심에는 꼭 삼계탕이 나오던 곳이었다. 그렇게 지내는 데에 한 달 비용 5만5,000원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중학생 영어과외를 맡아 한 달에 20만원을 벌었기 때문에 그다지 쪼들리지 않는 스무 살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학생 어머니가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번 달엔 좀 사정이 있어서…” 하면서 세 장짜리 팬티 한 상자를 과외비 대신 내민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달에는 엄마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엄마, 나 돈 없어.” 징징대기도 했고 공연히 고모 집이나 외삼촌 집에 들러 용돈을 슬그머니 챙겨오기도 했다. 그 정도면 그 시절 유행했던 레몬소주나 체리소주 두어 병에 골뱅이무침을 친구들과 종알종알 떠들면서 즐길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날엔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려고 빨간 스트라이프 무늬의 원피스를 새로 샀다가 “그런 줄무늬 입으니까 뚱뚱해 보여.” 그 따위 소리를 듣는 바람에 며칠을 골낸 적도 있었다. 요즘 대학교 기숙사비가 한 달에 사오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입을 쩍 벌렸다. 동아리방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잔소리 엄청나게 들을 것이 빤한 기숙사 대신 고시원을 전전할 청춘들이 가여워 나도 모르게 절로 끄응, 소리를 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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