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9곳 모두 1년 늦추자”
기재부 수용 불가 입장에
금융위 재량 행사 4곳만 유예
노조 “가처분 막기 위한 꼼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을 두고 두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전체 금융공공기관의 성과급 지급 시기를 2018년으로 늦추자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총괄하는 기재부는 수용 불가 입장이다. 결국 금융위가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공공기관에만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하면서 나머지 금융공공기관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공기관 중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 다섯 곳에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당장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2017년부터 바뀐 제도대로 성과급이 지급돼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보 등 다섯 곳은 올해 임직원들의 업무 실적을 평가 받아 당장 내년부터 전체 급여의 30%까지 확대된 성과급을 개인별로 차등 지급 받게 된다.
반면 같은 금융공공기관이지만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네 곳은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가 사실상 1년 늦춰졌다. 내년에는 개인별 성과평가만 받고, 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은 2018년부터 지급 받게 된다.
단 1년의 시차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탄핵 정국 탓이다. 내년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만에 하나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이던 성과연봉제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기재부에 전체 금융공공기관 9곳의 성과급 지급 시기를 2018년까지 미뤄주는 방안을 기재부와 수 차례 논의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성과급이 지급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9곳 가운데 금융위 산하 준정부기관 다섯 곳에만 예외를 두는 것은 어렵다는 게 기재부 논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금융공공기관에는 기재부 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던 금융위가 막상 시행 시기가 닥치자 성과급 지급 시기를 1년 미룬 것을 두고 금융노조는 “소송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질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1년 늦춤으로써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되는 ‘시급성’을 희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은 이날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정 성과연봉제 규정이 시행되더라도 그로 인해 근로자들의 경제적 불이익이 현실화하는 데는 수 개월 내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사이 합의 여지가 있는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원이 자율적 합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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