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년 희망 학교만 국정
2018년부터 검정교과서와 사용”
검정 개발기간 짧아 부실 우려
교육과정 달라 수능 등 평가 혼선
교사들 “모든 문제 학교에 떠넘겨”
중고등학교 역사 국정교과서는 2018학년도부터 검정교과서와 함께 쓰인다. 당장 내년엔 바라는 학교에서만 시범적으로 국정교과서를 가르친다. 내년 3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정부 발행 교과서만 쓰게 한다는 방침을 정부가 사실상 철회했지만, 1년 유예라는 애매한 ‘땜질’ 처방으로 교육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내년도에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 ‘올바른 역사교과서’(국정교과서)를 주(主)교재로 사용하게 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유예 뒤 국정 검정 혼용’ 결정 배경에 대해 “국정교과서 폐지를 바라는 의견도 있지만 긍정 평가를 해주는 국민도 적지 않아 함께 고려했고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안정적인 역사교육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 고시는 역사 국정교과서 적용 시기를 1년 늦추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2018학년도에는 각 학교가 국정교과서와 새 교육과정(2015개정)에 맞춰 개발된 검정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대통령령)도 개정한다. 현재는 국정교과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를 감안해 검정도서 개발 기간은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어떻게든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이라는 명분을 살리려다 보니 곳곳에 무리수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피해는 학교가 고스란히 볼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연간 1,000만원이 지원되는 국정교과서연구학교로 지정되려면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의 동의(운영위원회)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교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게다가 국정(2015개정)과 현행 검정교과서(2009개정)는 교육과정이 달라 대입수학능력시험 등 각종 평가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1년 뒤 두 교과서의 교육과정을 통일시킨다고 하지만,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이 6개월이나 줄어 부실 교과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총리는 “교육과정은 다르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교사들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모든 문제를 학교 현장에 던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교육부에 접수된 국민 의견 3,807건 중에는 건국절 주장이 반영된 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1,590건으로 최다였고, 이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157건이었다. 새마을운동 배경 기술 요구(119건), 미화 반대(54건) 등 박정희 정부 관련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즉시 수정(21건), 검토 후 반영 여부 결정(808건) 등으로 가닥을 잡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서술 요구에 대해선 충분한 협의라는 단서를 달아 뒤로 미뤘다.
세종=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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