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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ICBM과 소달구지

입력
2016.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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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1979년 8월 10일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시험을 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인도가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에 세계가 놀랐지만 세계인의 눈을 휘둥그래지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인공위성과 함께 로켓을 발사 장소까지 옮긴 운반 도구가 우마차였기 때문이다. 사거리 2,000~3,000㎞의 중거리 로켓인 SLV3는 발사 5분여 만에 폭발했다. 우주 개발의 꿈을 실은 최첨단 로켓과 고대로부터의 운반수단이 공존하는 기묘한 사진은 인도의 신비성을 더해주었지만, 그에 따른 비아냥도 끊이지 않았다.

▦ 인구의 40%가 기아에 허덕이는 마당에 무슨 우주 개발이냐, 인공위성을 발사대로 옮길 궤도차도 없이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느냐는 식이었다. 인공위성 안테나에 금속체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마차를 사용했다는 게 당시 인도 과학계의 해명이었다. 인도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13개월 뒤인 1980년 9월이다. 두 번째 발사 시험에서 35㎏의 로히니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 인도는 세계 여섯 번째 위성 보유국이 됐다.

▦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시험처럼 초기 인도의 로켓 발사시험도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인도가 1974년 ‘토사 이동을 위해서’라는 황당한 이유로 지하 핵실험을 감행했다. 여기에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축을 무너뜨리는 핵무기 개발은 시간문제였다. 로켓 탑재 물체가 핵탄두냐, 인공위성이냐만 다를 따름이다. 물론 인도는 이후 수십 년간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해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2.5톤 중량의 통신위성 탑재가 가능한 정지궤도 위성용 로켓발사에 성공했고, 2014년 9월엔 중국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화성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다.

▦ 인도가 지난 26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아그니 5’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가 8,000㎞로 라이벌인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사정권에 두게 됐다. 실전 배치되면 세계의 여섯 번째 ICBM 보유국이 된다. 인도는 화투에서 흔히 말하는 ‘일타 쌍피’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런 인도의 뒤를 김정은의 북한이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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